•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해외에 숨긴 ‘검은돈 888조원’의 충격

[칼럼]해외에 숨긴 ‘검은돈 888조원’의 충격

기사승인 2012. 08. 08. 20:4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시아투데이 남성환 기자 = 한국부자들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88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최근 외신에 보도됐다. 그동안 막연히 추정해왔던 한국부자들의 망국적 행태가 이처럼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됨으로써 국내외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의 자매지인 ‘더 옵서버’는 최근 전 세계 슈퍼 리치(최상위 부자)가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은닉한 자산이 최소 21조 달러에 이른다는 조세정의네트워크(영국 의회 내 독립기구)의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21조 달러는 미국(15조648억 달러)과 일본(5조8553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과 맞먹는 천문학적인 자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이 7790억 달러(888조원)로 중국(1조1890억 달러)과 러시아(798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였다는 점이다. 중국은 인구가 13억 명이고 러시아도 1억4000만 명에 달하므로, 인구 5000만 명을 가까스로 넘긴 한국의 해외은닉자산 규모는 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 1인당 해외은닉자산은 한국이 러시아보다 2.3배나 많고 중국보다는 17배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부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 애국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만약 우리나라 부자들의 해외은닉자산이 888조 원이라는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가 패망할 만큼 엄청난 일이다. 이는 국민의 돈이 지난 몇 년간 부자들의 손을 거쳐 거의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 2010년께부터 국세청과 일부 조세전문가들에 의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탈세규모는 그동안 아무도 알지 못해왔다. 다만 관세청이 제시한 한 통계수치가 이 같은 역외탈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어왔다. 즉 관세청은 2010년 조세피난처로 분류되는 62개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입대금 지급액이 1317억 달러인데 비해 수입신고는 428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자, 그 차액 889억 달러는 해외투자 명목이나 무역대금을 속이는 수법으로 조세피난처에 빼돌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따라서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간 관세청의 이 같은 통계수치가 모두 실제 상황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관세청이 제시한 889억 달러에 8~9년을 곱하면 7790억 달러가 되기 때문이다.

7790억 달러(888조원)는 4대강사업을 40번이나 할 수 있는 엄청난 자금이다. 이북동포를 전부 888년간 공짜로 먹여 살릴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이처럼 막대한 국부가 새고 있다면 이는 보통문제가 아니며 국가적으로 이 보다 더 큰 망국적인 사태는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1년 국내 30대 그룹이 조세피난처에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는 무려 231개나 된다. 재벌기업이 대부분 조세피난처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합법적으로 신고 된 조세피난처의 투자금액만도 24조원에 이르고,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국내기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는 5000 개에 육박한다.

하지만 딱히 부자들이나 기업들이 역외탈세나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증거를 찾는 일은 제도가 미비하고 국가의 처단의지가 부족해서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것 같다.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범법자 등 극히 일부 제외하고는 언감생심 재산을 국외로 빼돌릴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후진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은닉재산규모 1~2위로 나타난 것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부자들도 범법을 하면 실형을 살도록 법체계를 엄정하게 하겠다.”는 대선후보자들의 공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국민(국회)은 역외탈세를 끝까지 추적하고 조세범처벌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