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신규 선박 수주가 힘겨운 조선업계가 한국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는 금융권의 자금 지원마저 어려워 한숨이 더 커지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의 최근 수출 규모가 줄어든 데에는 선가 하락, 조선시장 침체 장기화,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요인 외에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선박제작금융에 소극적이어서 해외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선박제작금융이란 선박건조 및 수주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업체들의 자금난은 선박제작금융을 도맡아 온 수출입은행이 지난 2011년부터 지원 방식을 기존의 '회전한도'에서 '소진한도'로 바꾸면서 본격화했다.
회전한도 방식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지원금을 갚으면 그만큼의 새로운 한도가 생기는 것이고, 소진한도 방식은 지원 총액을 정해놓은 것이다. 때문에 현재는 자금지원 한도가 다 차면 업체들이 신규 수주를 해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정부가 시중은행을 참여시킨 4조원 규모의 선박제작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아직까지 시중은행들의 지원 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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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클락슨 |
조선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선박제작금융 규모는 2010년 2조원, 2011년 2조5000억원, 지난해 3조3000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하지만 국내 조선산업의 규모에 비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업종별 대출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부문은 18조1000억원을 기록, 대출잔액이 100조원에 달한 도·소매업에 비해 훨씬 적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더 절실해 지고 있다. 과거 발주처에서 선박 대금을 5차례로 나눠 선수금을 주던 관행과 달리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초 계약금을 지불한 이후 선박을 인도할 때 잔액을 몰아주는 '헤비테일' 방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조선사들이 금융 지원 없이는 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조선업체에 자금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금융사들이 조선업에 대해서는 조선업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소는 배제한 채 '업황 침체'라는 외부적 요인만을 지원 기준으로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은 도장·용접 등 자동화 설비로 대체할 수 없는 공정이 많은 대표적인 고용집약 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유발 효과는 조선이 10.0명으로 자동차 8.8명, 반도체 3.8명, 석유제품 1.0명 보다 높다.
또 수주 대금의 60~70%가 중소 협력업체에 돌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1~2010년 대형 조선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7.03%로 협력업체 7.30% 보다 낮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조선업에 대해 다른 업종과 비슷한 수준이라도 자금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소극적인 선박제작금융 지원 때문에 해외 업체들과의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업황이 침체돼 급격한 자금 지원은 무리겠지만 고용유발효과가 높고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 이상인 조선업종을 다른 업종보다 홀대하는 것은 개선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