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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했던 노숙인, ‘빅이슈’를 안고 희망을 보다

자살 시도했던 노숙인, ‘빅이슈’를 안고 희망을 보다

기사승인 2013. 12. 0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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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전도사를 꿈꾸는 김정삼씨…비극적인 가정사로 자살 시도도 "희망을 주고 싶어"
노숙인 자활지 '빅이슈'를 파는 김정삼씨(41)./사진 = 이승환 기자.

아시아투데이 이승환 기자 = “사람들이 저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노숙인 자활잡지 ‘빅이슈’를 파는 김정삼 씨(41)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메세지’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썼다. 대중에게, 또는 주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온갖 풍파를 겪은 저도 희망을 갖고 산다는 것”이 메세지의 핵심이었다.

3일 오후 4시쯤, 서울 용산구 이촌역 4번 출구 앞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김씨를 만났다. ‘빅이슈’는 1991년 노숙자들이 타인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법을 일깨운다는 취지로 영국에서 창간됐다. 

이 잡지는 현재 영국과 독일 등 세계 38개국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2010년 7월 5일에 창간됐다. 김씨를 비롯해 총 50여명의 국내 노숙인들이 전국 거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김씨는 “빅이슈 판매자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이던 해 어머니가 집을 나가며 불행이 시작됐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는 폭행의 대상을 김씨와 형, 동생으로 옮겼다. 알코올 중독으로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자 가정형편도 기울었다. 13세 때 집을 나온 김씨는 옛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고 잠을 잤다.

“어린 시절 부모님 원망만 했죠. 왜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지…. 학교를 다니는 또래 친구를 보며 ‘나는 왜 저러지 못하나’ 분노가 치밀었어요.”

‘분노’는 성인이 되자 물리적 폭력으로 나타났다. 그는 매번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고 직장 동료와 주먹 다짐을 벌였다. 동료와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한 직장에 6개월 이상 있은 적이 없었다. 중국집 배달원과 공사판 인부 등 '3D 업종'이라면 다 해봤다. 29세 때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지만 번듯한 직업이 없는 자신이 폐가 된다고 생각했다. 몇 년 뒤 이혼을 해 전국을 떠돌며 생활했다.

“어딜 가든 나를 무시하지 않나 생각 뿐이었어요. 초등학교 졸업 이후 단체 생활을 한 적이 없으니 남들과 화합하는 법을 모르고 매일 싸운 거죠. 결혼 생활도 당연히 힘들었죠.”

비극적인 가족사도 이어졌다. 20대 중반에 동생의 의문사를 알게 됐다. 둔기로 맞아 사망했다는데 누가 폭행했는지 경찰은 아직까지 밝히지 못 했다. 4년 전에는 고층 아파트에서 창문을 닦는 일을 하던 형이 추락사했다. 의지할 가족도, 친구도 없던 그는 2011년 8월 20일 죽음을 결심한다. 당시 강남에서 음식점 배달원 일을 하던 그는 학동역 인근 도로에서 오토바이 시동을 켰다.

“중앙선에 침범해 다가오는 차를 그대로 들이박았지요. 삶에 미련이 없다보니, 자살을 결심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어요.”

교통사고로 장이 파열됐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9개월 간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하자 전 처가 서울에 고시원을 구해줬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가 욱신거려 공사판 일도, 배달원 일도 할 수 없었다. 월세 값을 내지 못해 쫓겨난 그는 결국 지난해 10월 숙명여대 인근 노숙자 쉼터 문을 두드렸다. 거기서 생활하며 ‘빅이슈’를 알게 됐고,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빅이슈’ 판매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이라 기대가 들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생겼습니다.”
저녁 무렵 김씨가 빅이슈를 들고 판매를 하고 있다./사진 = 이승환 기자. 

쉽지는 않았다. 거리에서 “희망을 파는 ‘빅이슈’입니다”고 소리쳤지만 사람들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날이 추워질 때면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한 부당 5000원에 판매해 2500만원의 수익을 얻는데 하루 수익이 2만5000원에 그쳤다. 어렵게 구한 고시원 월세비(27만원)도 내기 빠듯하다. 그래도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희망을 봤기 때문이란다.

“빅이슈 판매는 사람들에게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더군요. 예전에는 누가 다가서려 해도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이 일은 제가 먼저 다가가야 할 수 있어요. 마음을 여니 제 안에 있던 피해의식이나 분도도 차츰 사라졌습니다.”

세상이 다르게 보이자, 처음으로 꿈이 생겼다. “노숙자 등 사회소외계층을 상대로 강연하는 강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씨는 덧붙였다. “가정불화에 방황, 자살시도까지 한 제가 하는 얘기는 그 자체로 ‘메세지’가 될 것입니다. 빅이슈로 자립한 다음 보란 듯이 살면 강의 제의도 많이 들어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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