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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신용등급 상향, 경제개혁 주문으로 해석해야

[칼럼] 국가신용등급 상향, 경제개혁 주문으로 해석해야

기사승인 2015. 12. 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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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9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올렸다. 한국이 무디스를 포함한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지금까지 받은 최고의 성적표라 한다. 좋은 소식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좋지 않으면 갚을 여력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신용평가 등급은 장기적 전망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성적표 자체가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매우 밝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가 여타 나라들에 비해 현재 채권자들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일 뿐이다.

비록 불황으로 인해 수입과 수출이 모두 줄어들었지만 수출에 비해 수입이 더 줄어들어 소위 불황형 흑자가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도 쌓이고 있다. 여타 개도국, 특히 산유국들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여기에 국가부채도 국민총생산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특히 1997년의 외환위기를 구조개혁을 통해 잘 극복했으며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구조개혁이 잘 추진될 것이라고 본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국제투자자들은 여러 개도국들에 투자한 자금 중 어느 나라에 투자된 자금을 먼저 회수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투자자들에게 무디스의 우리나라 신용 상향평가는 투자 회수의 우선순위를 낮추도록 할 것이다. 떼일 염려가 다른 개도국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신호를 무디스가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 채무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은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빚을 갚을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의미뿐 아니라 특히 그 한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빨리 해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화자찬보다는 한계를 강조하고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디스가 구조개혁의 성공을 기대하고 이런 신용평가 상향 조정을 했다는 것은 구조개혁이 실패할 때 신용등급이 강등할 것이란 의미다. 신용강등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상향 조정의 긍정적 파급효과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위험을 미리 경고했다는 점에서 최부총리의 긴급 브리핑은 시의적절했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중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최 부총리는 둘 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무튼 이런 긴급 브리핑을 통해 최 부총리는 현재 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법안 통과에는 아예 손을 놓은 국회를 압박했다. 앞으로 계속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일수록 노동시장 개혁이 더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설명해주면 좋겠다.

하나씩 쌓아올리기는 어렵지만 이를 무너뜨리기는 너무나 쉽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정치일정상 우리 경제가 필요한 구조조정을 해낼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또 고령화 추세로 적자가 예상되는 부문들로 인해 국가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비록 애써 쌓아올렸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이는 재정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닥칠 경제위기를 잘 버틸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가 아니다. 이보다는 구조조정을 열심히 해야 우리경제의 밝은 앞날이 열릴 것이라는 충고다. 이런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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