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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정 조기집행’ 효과와 부작용

[칼럼] ‘재정 조기집행’ 효과와 부작용

기사승인 2016. 01. 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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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8일 기획재정부에 ‘재정 조기집행의 비용효과 분석’이라는 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한 수단으로 재정의 조기집행을 거의 매년 실시했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50%를 밑돈 것은 2008년 한 해뿐이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의 내용이 그런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가 크지 않고 과도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으며, ‘소비절벽’을 막기에도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조기집행 효과를 금액으로 보면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 수출과 민간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재정 조기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체계적 반론이 되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논리다. 오히려 재정의 조기집행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이 나왔어야 했다.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 문제는 재정지출의 효과와 연관되어 있지만 약간 다른 차원이다. 재정지출의 효과 문제는 민간 대신 정부가 지출했을 때 그 효과를 따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재정의 조기집행 문제는 동일한 재정지출을 하더라도 이를 상고하저로 즉 상반기에 더 많이 하고 하반기에 더 적게 하는 정책을 상저하고나 균등지출과 비교한다. 주로 내수 창출효과를 따지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수출과 민간소비 부진 현상 자체가 재정 조기집행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총수요 창출효과나 경기의 급격한 변동을 줄이려고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경기가 상반기에 부진하고 하반기에 좋아지는 일반적 패턴이 있지 않는 한, 경기부진을 근거로 재정 조기집행을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이 없다면 재정의 조기집행은 경기변동의 폭을 오히려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

위의 용역보고서는 재정의 조기집행에 따른 여타 부작용들은 차치하고 재정 조기집행으로 인한 총수요 유발효과를 편익으로 보고, 재정 조기집행을 위해 한국은행 차입금 및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에 따른 총수요 감소효과를 비용으로 보고 순편익을 계산했다. 그렇게 했더니 2004년에서 2014년까지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순편익 최소추정치는 연평균 5840억 원에 불과했다. 미래 파급효과, 즉 해당연도의 총수요는 증가하지만 다음 연도들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까지 감안하면 순편익은 320억 원으로 더 낮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미래 파급효과를 모두 감안할 경우 재정의 조기집행은 결과적으로 경기부양의 효과만 따지더라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 2014년의 경우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58.1%였는데 총수요 유발효과는 6150억 원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국내총생산의 0.04%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래 파급효과를 모두 고려했을 때 순편익은 -680억 원으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정부채권의 발행은 이의 소지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자산이 늘어난 것 같은 효과를 주어 소비를 늘리게 할지 모르지만, 많은 다른 사람들은 이런 정부채권의 증가를 자신들이 미래에 부담해야 할 세금의 증가로 인식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약간의 소비증대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것이 결국 자신들이 부담해야하는 세금의 증대로 현실화하는 순간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런 효과가 발휘될 때 순 효과는 마이너스로 돌변한다.

물론 이런 추정치는 예산 불용액과 재정 조기집행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추정치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센터장의 말처럼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고음을 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재정의 조기집행을 조자룡의 헌칼처럼 대단한 정책인양 휘두르던 타성에서 깨어날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위의 보고서는 의미가 있다. 재정의 조기집행은 일종의 트릭이다. 현재의 경기부진은 트릭 이상의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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