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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소’로는 어려운 규제개혁…‘미시정치’로 돌파해야

[칼럼] ‘호소’로는 어려운 규제개혁…‘미시정치’로 돌파해야

기사승인 2016. 06. 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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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0대 국회개원 연설에서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조정을 해나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규제개혁이 필요하므로 국회가 필요한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이런 요청은 처음이 아니고 그간 계속됐지만 별 성과를 이루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여소야대로 정치지형이 변화한 탓에 국민들이 보기에는 종전에 비해 어쩌면 이런 대통령의 요청이 또다시 반향 없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구조조정이 아무리 힘겹고 두렵더라도 지금 해내지 못하면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골리앗 크레인이라 불리던 핵심 설비를 단돈 1달러에 넘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구조조정이 시늉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사업재편이 실천되려면 이해관계를 지닌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TK, PK로 갈라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두고 결사투쟁을 외치고 있지 않나.  
 

부실이 누적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누가 원하든 않든 구조조정은 진행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좀 다른 문제다. 박 대통령이 말했듯이 "미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미래 신산업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데 "신산업 투자와 관련해서 기업이 하고자 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되, 꼭 필요한 규제만 예외적으로 법령에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옳은 말씀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만약 "전국 단위에서 한꺼번에 풀기 어려운 규제들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지역에 한정하여 우선적으로 완화해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규제프리존'을 지정하여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적극 뒷받침하고자"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네거티브 규제원칙, 규제프리존 등 새로운 규제프레임이 반영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과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관련 법들을 통과시켜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사실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은 '경제적 자유'와 가장 조화로운 규제정책이고 이는 창의와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데 필수불가결하다. '규제프리존' 아이디어도 전국적 실행에 앞서 규제로부터 이익을 얻는 집단의 저항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옳은 말씀만 하고 멈추어서는 제대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규제로부터 이득을 얻는 집단이 누구인지, 또 이를 비호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런 규제가 특혜적 성격을 띠며 국민들의 일반적 이익을 해치고 있으며 어떤 정치인이 혹은 어떤 정부 부서가 이런 이익집단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런 이익집단들과 정관계 인사들에게 매서운 정치적 채찍을 휘둘러야 한다.
 

이러한 강력한 정치적 채찍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먹음직한 당근을 제시해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규제를 버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소수의 잘 조직화된 이익집단이 많은 공을 들여 '규제'를 입법화해 놓았는데 그들이 이를 쉽게 포기하겠는가? 심야버스 사업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기존의 버스업체들의 반발과 이들의 이익을 옹호했던 국토부 공무원들의 저지에 밀려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최근의 사례도 있었다.
 

기존의 '규제들'을 개혁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단순한 논리적 설득으로 돌파하기에는 기득권이 너무나 공고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다는 사실부터 감안해야 한다. 강력한 노조가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하던 시절, 영국의 대처 수상이 성공적으로 공기업의 '민영화'까지 실천해냈는데 이는 규제에 얽힌 이해관계의 정치구조를 인식한 상태에서 미시정치의 지혜를 잘 발휘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간곡한 호소가 역부족임이 이미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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