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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발적 복종의 미몽에서 깨어나자!

[칼럼] 자발적 복종의 미몽에서 깨어나자!

기사승인 2016. 07.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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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개와 돼지에 비유했다가 대기발령을 받게 된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이야기는 그냥 한 번의 해프닝으로 흘려버리기에는 뒷맛이 영 개운하지 않다.
 


그는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취중에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 소식에 자신이 1%에 속하지 못하고 99%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개돼지에 비유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물론 분노를 격발시킨 요인으로는 개돼지 비유뿐만 아니라 다른 사실도 은연중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선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도 않으면서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 의존해서 사는 주제에 노심초사하며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국민을 경시하는 태도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더해 자신은 완장을 찬 통치자로 여기고, 국민은 적당히 먹여주면 그만인 통치대상으로 본다는 것도 용서하기 어렵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국민을 이런 식으로 보는 관료들은 아마도 그 교육부 공무원만은 아닐 것이다.
 

'자발적 복종'을 쓴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라 보에티(La Boetie)는 그 어떤 정치적 독재라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대다수 국민들의 자발적 복종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고 보았다. 관료들의 이런 인식이나 태도도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를 용납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개선될 수 있다. 이제 고나치(官治)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거둘 때가 되었다. 그것만이 이런 오만한 공무원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치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거두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걸핏하면 정부로부터 온갖 육성정책과 보조금 등을 요구해서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국민들을 먹여주면 조용한 개돼지처럼 여길 것이다. 보에티가 말하지 않았는가. "바보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왼쪽 주머니에 보조금을 넣어주면 좋아한다. 그런데 그게 자신들의 오른쪽 주머니에서 취한 것인 줄 모른다." 문제가 된 교육부 공무원의 발언과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에서 부를 획득하는 명예로운 방법에 대한 생각도 크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프란츠 오펜하이머는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을 방법과 부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경제적 수단'과 '정치적 수단'을 구분했다. "그 하나는 스스로 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이 일한 것을 강탈해 가는 것이다." 그는 일하는 것을 경제적 수단, 강탈하는 것을 정치적 수단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하지만 그런 분류 가운데 하나가 세금납부자들과 세금소비자들이다. 정치적 수단으로 부를 획득하는 사람들은 주로 세금소비자들이고 소위 통치계급에 속한 이들이다.
 

정부의 강제력을 이용해서 각종 특권을 얻는 사람들도 결국 이런 세금소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생산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어떤 사회에서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경쟁자보다 더 잘 제공함으로써 부를 획득하고자 하는 활동이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번영할 것이다.
 

반대로 세금소비자들이 되려는 청년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미래의 희망이 별로 없다. 그런 사회란 바로 규제와 부패, 특권이 횡행할 가능성이 높기에 경제발전도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고 있는 현상은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금소비자가 우대받고 부(富)를 획득하기도 쉬운 현재 우리의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닐까. 이제 바꿔야 한다. 명예로운 부의 획득방식인 '경제적 수단'이 '정치적 수단'에 대해 그 도덕적 정당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개돼지 발언에 대한 진정한 반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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