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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면세점 허가와 독점

[칼럼] 면세점 허가와 독점

기사승인 2016. 11. 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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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K그룹과 롯데그룹이 면세점 허가를 되찾기 위한 목적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게 아닌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만약 검찰이 24일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정부기관과 두 그룹을 압수수색해서 얻은 자료들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낸다면, 위에서 말한 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소위 제3자 뇌물죄 상의 뇌물로 간주되어 출연금을 낸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의 칼날이 뇌물죄 증명에 겨눠져 있지만, 그 원죄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면 진정한 환부에는 칼날이 향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칼날을 겨눠야 할 곳은 규제적 법률의 생산 과정 자체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나 왕실이 나라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쓰던 오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독점(판매)권의 부여였다. 독점의 영어 표현은 monopoly인데 그 어원은 혼자를 의미하는 mono와 판매를 의미하는 polein의 합성어이다. 국가는 그런 독점권을 아예 돈을 받고 팔아 그 돈을 국고로 사용하기도 했다.
 

일반 사람들의 독점에 대한 심한 거부감은 독점판매권의 부여에 따른 독점 가격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생활필수품인 소금의 독점판매권을 얻는 순간, 다른 판매상들의 영업은 불법이 되어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이 독점상은 최대한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었다. 생필품의 높은 가격은 일반 사람들의 생활고의 원인이었다. 그러니 원성이 자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면세점 사업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일반 국민의 원성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지만 면세점 허가를 받은 업체만 그 사업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사업에서 배제된다는 점에서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기에 원성을 살 수 있다.
 

2013년 국회는 시내면세점 재승인 기간을 기존의 10년에서 5년으로 변경했다. 얼핏 보면 독점권을 완화한 것 같지만 실은 정부가 규제권한을 더 자주 행사할 수 있게 만든 효과가 있었다. 새로운 법률로 인해 재심사에서 새로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는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들도 5년 후 재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시행된 재승인 심사에서 작년 11월 두 회사는 탈락했다. 그동안의 투자가 무위로 돌아가고 여기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는 등 많은 문제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관세청의 심사과정도 매우 불투명했고 심사결과도 밝히지 않았다. 차라리 경매를 통해 면세사업권을 팔았더라면 국고도 채우고 뒷말이 무성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면서 지금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결격사유가 없으면 사업을 계속하도록 하게 하는 개정안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특권을 준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권리를 박탈한다는 의미다. 시장경제란 위에서 언급한 결격사유를 정부부처의 심사위원회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결정하는 체제다. 그런 점에서 이런 개정안보다는 신고·등록제가 훨씬 더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한다.
 

사실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독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엄격한 감시를 하고 있다. 그 정치적 배경은 바로 일반 시민들의 오래된 독점에 대한 반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어쩌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면세점 특허에 강력하게 반발했어야 한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사랑해서 많이 사기 때문에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도 독점으로 불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독점영업권을 획득하여 시장매출을 독점하는 경우와 질적으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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