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세일러 교수의 ‘자유주의적’ 개입

[칼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세일러 교수의 ‘자유주의적’ 개입

기사승인 2017. 10. 16. 18:1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지난 9일 행동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캐스 선스타인 교수와의 공저 '넛지'(2008)로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인물이다. 넛지는 이렇게 하자고 권유하는 의미로 남의 몸에 자신의 팔꿈치를 슬쩍 대는 것을 의미한다. 소변기 중앙에 파리 모양을 그려 넣었더니 사람들이 소변줄기를 그 파리그림에 집중해서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량을 격감시켰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에서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넣은 것이 바로 직접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령하지 않으면서도 슬쩍 소변기를 어떻게 쓰라고 부드럽게 권하는 '넛지'에 해당한다. 이 부드러운 개입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다. 아마도 이 사례처럼 화장실의 소유자가 '넛지'를 활용해서 사용자들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소변기를 이용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면, 행동경제학은 개인들이 활용할 훌륭한 도구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보통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주장하고 있다. 소위 정부의 부드러운 '자유주의적' 개입으로 시장의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은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예측'을 위해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을 거부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오류에 빠지기 쉬운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편향성을 강제적 명령이 아니라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효과적으로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람들의 편향적 의사결정 사례는 수없이 많다. 사람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식사 혹은 흡연의 부정적 효과를 간과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든가, 현재를 너무 중시하는 바람에 저축을 별로 하지 않는다든가, 불행이 자신을 비켜간다는 과도한 낙관주의를 가진다든가 하는 것들이 그런 사례들이다. 그래서 개인들이 도움이 필요한데 행동경제학이 정부의 부드러운 개입에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행동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그들의 원래 선호체계를 감안하더라도" 불행이 자신을 비켜간다는 낙관주의 편향에 젖어 있다면 아마도 현재의 소비를 너무 중시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너무 소홀히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가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소득의 일정부분을 자동적으로 저축하도록 하는 기본계획을 만들어주는 '부드러운' 개입이 그 노동자를 위하는 길이 된다. 이게 대다수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철학적, 기술적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이나 정부 관료가 어떻게 그 사람 본인보다 그 사람의 '자기 이익'을 더 잘 알 수 있는지, 혹은 행동경제학자들이 편향성을 찾기 위해 디자인한 실험 속의 사람들이 현실 속 인간과 같다고 볼 수 있는지, 행동경제학자들 자신들이 편향성을 가지지는 않는지 등의 질문이 그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행동경제학이 상정하는 만큼 편향적이지 않다는 연구도 최근 제시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만약 개인들이 행동경제학자나 정부의 그런 부드러운 개입을 거부한다면 그럴 경우에도 행동경제학자가 이를 거부한 개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런 개입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진정한 자유는 후회할 것조차도 자신의 책임으로 해볼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될 때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런 부드러운 개입조차도 개인의 자유를 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의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행동주의의 결론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아무튼 행동경제학의 부드러운 개입주의는 이런 철학적 수준의 어려움을 제기하지만 경영 등 개인의 의사결정에 좋은 안내가 될 수 있고 또 정부가 규제를 함에 있어서 명령이 아니라 개인적 수준의 선택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귀 기울일 만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 정부의 개입이라면 일단 금지명령부터 떠올리기 때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