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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돈 풀기-죄기 속에 등장한 ‘회색 코뿔소’

[칼럼] 돈 풀기-죄기 속에 등장한 ‘회색 코뿔소’

기사승인 2022. 01. 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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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최근 회색 코뿔소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 예상하지 못한 희귀한 사태의 발생에 따른 위험을 지칭한다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회색 코뿔소’는 이미 여러 차례 경고가 된, 누구나 인지하기 쉬운 그런 종류의 위험인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이에 대한 대비를 늦추다가 회색 코뿔소에게 참담하게 짓밟히게 되는 종류의 위험을 의미한다. 가시성이 큰 덩치 큰 코뿔소임에도 눈 뜨고 당하게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꾸준히 테이퍼링, 기준금리 인상, 양적긴축 등을 추진할 것임을 암시해왔다. 물론 이런 금융정상화 조치가 곧바로 단행될 것이 두려워 투매현상이 벌어지는 금융발작 현상을 염려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었다. 그러다가 소비자물가가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자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표방하고 나섰고, 이에 따라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작년 고점 대비 15%나 폭락했다.

사태가 이렇게 충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월가의 투자자문 전문가들은 “블랙 스완은 잊고 회색 코뿔소를 두려워하라”고 충고하고 나섰지만, 이런 경고는 이미 작년부터 꾸준히 등장했었고 작년 11월 필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썼다. (김이석 칼럼, 〈‘마천루’를 대신할 화폐적 경기변동의 상징〉, 아시아투데이 2021.11.15.)

“돈을 풀어서 ‘인위적으로’ 시장이자율을 낮추면, 미래 투자를 위해 소비하지 않고 떼어놓은 자원, 즉 저축이 많아진 것도 아닌데, 기업가들은 마치 그런 줄 오인해서 더 불확실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끝낼 사업에 잘못 착수할 위험을 높인다.…이를 상징하는 용어가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s curse)‘다.…더 높은 마천루의 건설이 경기의 정점과 이후의 침체를 예고한다.…만약 마천루를 자존심 경쟁하듯 건설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시장이자율 신호에 따라 과잉투자를 한 상징물[로]…모르텔은 아직 실적은 거의 없는데 엄청난 투자가 일어나는 디지털 버블을 지목했다.(〈다음 ’마천루의 저주‘는 디지털 세계에서?〉 미제스연구소 2021.11.13.)”

그러나 “회색 코뿔소’가 오고 있다”는 사이렌은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지난해 11월 19일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최근에 와서야 고점 대비 15%가 폭락하는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4일 코스피가 13개월 만에 2800선이 무너지고 코스닥은 더 부진해서 900선에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25일 열리는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긴축정책 강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양적긴축이 실제로 이루어져 시장이자율이 급등하면, 모르텔의 말처럼 구체적 실적이 없으면서도 엄청난 투자를 끌어 모은 기업의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투자자들로서는 미국과 국내의 빅테크 기업들의 이번 주 있을 실적 발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유가 무엇이든 세계 각국은 경기침체의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돈을 풀었다가, 풀린 돈이 주식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소비재물가까지 들먹거리기 시작하면 돈을 죄기 시작한다. 돈을 죄기 시작하면서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자산 가격의 거품이 꺼지고,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금리가 쌀 때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파산위험에 직면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회색 코뿔소’가 당장은 투자자들에게 닥친 문제지만, 이처럼 반복되게 하는데 국가의 경기부양 정책이 개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아예 회색코뿔소가 등장하지 않도록 할 유인이 내재된 화폐제도가 등장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먼 이야기이고, 일단 기존 화페·금융 제도 아래에서 어떤 정책적 대응이 현명한지 잘 검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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