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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에 기리는 하이에크

[칼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에 기리는 하이에크

기사승인 2022. 05. 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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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윤석열 20대 대통령이 오늘 취임한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세우겠다’고 선언했는데, 공교롭게도 이틀 전인 5월 8일은 20세기 최고의 자유주의 대변자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의 탄신 123주년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선언을 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는 시도가 국가정체성 혼란을 가져왔고, 시장경제의 원리를 훼손하는 각종 정책들이 시행됐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대변자인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을 언급했던 적도 있다. 하이에크는 경제학 분야에서는 ‘적자재정’을 불황 탈출 방법으로 제시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와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사회철학에서는 다수결 정치제도의 결함을 고칠 방안을 고심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자유주의 회복을 위한 지적 모임인 몽페레랭 소사이어티를 조직하기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무엇보다 정부가 ‘할 일’과 ‘하지 말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하이에크적인 관점이다. 윤석열호가 약속대로 정부의 할 일이 아닌 것들을 대폭 정리해서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휘되는 역동적인 시장경제를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게 된다. 이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윤석열호가 출범하지만 마주칠 풍랑도 만만찮다.

경제적으로는 초고속으로 누적된 정부부채를 물려받았다. 이전의 초저금리 속에 풀린 돈이 가계부채를 누적시켰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들어가 가격을 폭등시켰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소비자물가까지 앙등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빅스텝을 밟고, 보유 채권을 매각해 풀린 돈의 회수에 나섰다. 한국은행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거대야당이 ‘다수의 폭정’을 휘두를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임기 말 ‘야반도주 하듯’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로 국회선진화법을 실질적으로는 위반하면서 ‘검수완박’ 입법 독재를 강행했다. 이들은 소수파의 의견 개진을 듣고 ‘합리적 방안’을 찾으려는 시늉조차 할 생각이 없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내놓겠다는 약속도 파기했다.

하이에크는 뛰어난 경제학자인 동시에 사회철학자, 법철학자인 만큼 그의 사상은 윤석열호가 직면한 정치·경제적 풍랑에 대해서도 시사점들을 던져준다. 하이에크는 그의 스승 격인 미제스가 개척한 ‘경기변동이론’을 정치화시켰는데 최근 학자들이 미제스-하이에크 이론을 발전시키는 중이다. 이 경기변동이론은 ‘돈 풀기에 이은 돈줄 죄기’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이 부채의 누적과 부실화, 거품의 생성과 붕괴와 같은 일련의 문제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려준다.

문재인 정부는 재분배를 위한 조치를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격상’시키는 정부재정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속가능한 성장 잠재력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미제스-하이에크 이론은 적자재정정책이나 돈 풀기와 같은 반짝 효과를 내는 경기부양조치가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기부양이 경제성장과 다르고 경기침체를 잘못 다루면 오히려 성장이 뒷걸음친다는 것을 새 정부가 명심했으면 한다.

최근 의회가 모두가 지킬 보편적 규칙, 즉 ‘법다운 법’이 아니라 ‘방탄용’ ‘통치용’ 법을 만들어내는 ‘법 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정 세력과 특정 목적을 위한 법을 만들어내는 ‘다수의 횡포’는 하이에크가 걱정했던 민주주의의 타락이다. 하이에크는 그 해결책으로 의회를 “정의의 원칙을 만드는 일과 특수 목적을 위해 행정부의 특정행동을 지휘, 감독하는 일”로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당장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그 취지만은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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