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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바이든의 미 행정부와 한반도 정책

[이효성 칼럼] 바이든의 미 행정부와 한반도 정책

기사승인 2020. 11. 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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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에 따라 미국의 앞으로의 대외 정책은 적어도 그 형식, 과정, 절차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 문제에서 일방주의적 행동을 하면서 국제적 공조를 도외시하였다. 동시에 동맹국들에게 미군 주둔비의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여 그들과 소원한 관계를 형성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과는 정반대의 방식을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견제, 특히 중국 공산당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행정부하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동맹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부답게 신장 위구르, 티베트, 내몽골 등의 소수 민족의 인권 문제 등 중공의 취약한 면을 문제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접근법이 중국에게는 더 난처한 압박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후보 시절 한국에게 주한 미군의 감축을 위협으로 미군 주둔비를 갈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같이 갑시다”라는 우리말로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는 자세를 분명하게 밝혔다. 대신, ‘같이 간다’는 말이 암시하듯, 미국의 대중국 전선에 우리가 확실하게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취해온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의 정상 외교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보텀업(bottom-up) 방식이다. 이는 정상들이 논의할 의제와 합의 내용을 관계 실무자들이 미리 협상을 통해 조율한 뒤 정상들이 만나서 서명을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관한 합의를 이루려 한 결과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는 근사한 국제적 이벤트는 세 번이나 연출했으나 성과는 전무했다. 볼턴 전 안보 보좌관의 회고록이 보여주고 있듯, 실무자들은 미리 협의되지 않은 사안이 정상 간에 즉흥적으로 논의되고 합의되는 것을 막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를 거울삼아, 그리고 전통적인 정상 외교 방식대로, 바이든 행정부는 철저하게 보텀업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자가 부통령직을 맡았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외교 역량을 이란 핵에 집중하는 바람에 북한의 핵에 대해서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정책으로 실제로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너무 소극적이었다. 반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 평화 공원을 방문하고 헌화함으로써,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의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매우 친일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결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실, 미국의 정치인들 가운데에는 친일적인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일본이 ‘미일우호협회(Japan Society)’를 통해 여러 방식으로 적지 않은 미국 정치인들을 친일적인 인물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으로 북핵을 방치한 것은 결과적으로 일본 우익에게는 매우 유리한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을 핑계로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평화 헌법의 개정 작업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나듯, 일본은 막후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한반도 통일의 움직임을 막으려 한다. 이런 일본이 미국의 민주당 정권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증진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 나서도록 견인하고 일본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세련되고 강력한 대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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