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 칼럼] 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

[이효성 칼럼] 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

기사승인 2021. 06. 02. 17:4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외국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처럼 거대한 건축 유물들이 많다. 또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러시아의 크렘린 궁, 중국의 자금성처럼 화려하고 거대한 궁전들도 적지 않다. 또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러시아의 에미르타쥐 박물관처럼 귀중한 수장품들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크고 화려한 박물관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런 크고 화려한 건축물이 없다. 외국의 궁전들에 비하면 경복궁은 매우 중후하지만 규모는 소박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가 조금도 주눅들 까닭은 없다.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처럼, 대규모의 물리적 유산이나 궁전은 흔히 백성들의 고혈로 이루어진 경우도 많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런 것으로 백성의 고혈을 짜내지 않았다. 더구나 커다란 물리적 유산은 없지만 우리에게는 외국 언어학자들에 의해 세계 최고의 표음 문자로 인정된 한글 외에도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매우 자랑스러운 빛나는 문화적 유산들이 있다.

우리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그런 문화유산의 하나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물인 ‘해인사의 8만 대장경’이다. 고려가 몽골군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막기 위해 1236년에 착수하여 16년 만에 완성한 대장경은 8만1258판 5238만 자의 방대한 규모이며 내용이 정확하고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 판각했기에 자체가 매우 미려하다. 현존하는 세계의 대장경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체제와 내용이 가장 완벽하고, 불교 자료로서 가치가 높고, 보관 또한 잘 되어 있어 고려의 목판 인쇄술과 건축술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다른 또 하나의 독보적인 문화유산으로 역시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이 있다. 실록은 조선조 제1대 태조부터 제25대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날짜순으로 기록한 일기로서 총 1893권 888책이다. (고종과 순종의 실록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지시와 감수로 작성되었기에 실록의 가치가 없어 제외된다.) 실록의 내용은 왕에 대한 보고 사항, 왕의 명령 사항, 각 관청에서 취급한 일들에 대한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록은 그 체계성, 방대함, 자세함에 있어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 기록물이다. 수많았던 세계의 다른 그 어느 왕조도 그런 기록물을 남기진 못했다.

조선왕조실록의 편찬에 기본 자료로 사용된 ‘승정원일기’, ‘일성록’, ‘비변사등록’도 대단한 역사 기록이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조 초부터 말까지 왕명 출납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관해 승정원에서 작성한 기록인데 지금은 인조 이후의 것 3245책만 남아 있다. 왕의 일일 반성이 강조된 일성록(日省錄)은 1760년(영조 36)년 1월부터 1910년 8월까지 총 2329책으로 국왕의 동정과 국정에 관한 제반 사항을 수록한 정무 일지다.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은 조선조의 최고 회의 기관이었던 비변사의 활동을 수록한 등록으로 1555년부터 작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남아 있는 것은 1617년(광해군 9년)부터 1892년(고종 29년)까지 총 273책이다.

조선의 왕실이나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후세가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사실을 낱낱이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인 ‘의궤(儀軌)’도 그 수와 내용이 방대했다. 그러나 조선 전기의 것들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고 현존하는 것은 1601년(선조 34년)부터 1928년까지 제작된 608종 2186건 3931책이다. 이 가운데에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약탈당했다가 2011년 돌려받은 강화도 외규장각 소장의 186종 189건 294책, 정조가 1795년 어머니 혜경궁을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한 뒤 화성행궁에서 어머니 회갑잔치를 베풀고 환궁한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10권 8책도 포함된다.

이 밖에도 우리에게는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인쇄 문화, 고려청자·조선백자와 같은 자기 문화, 신라금관·백제향로·유기그릇·대포를 만든 금속 문화를 포함하여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문화유산이 많다. 한류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이런 빛나는 문화적 전통에서 발아한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