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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대통령의 성공을 위하여

[이효성 칼럼] 대통령의 성공을 위하여

기사승인 2022. 03. 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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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성공한 대통령의 중요 요건 중 하나로 열린 소통이 제시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대통령이 구중궁궐과 같은 청와대에 머물수록 고립되기 때문에 소통의 단절을 막으려면 그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청와대에 머물수록 아무래도 고립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렇긴 하나 청와대에 있다고 기자회견이나 외부인과의 만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고립시키는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대통령을 진정으로 고립시키는 것은 청와대라는 장소라기보다는 늘 그를 둘러싼 비서진 또는 보좌진이라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은 필요와 제도에 의해서 자신을 보좌할 상당수의 사람들을 곁에 두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대로 인의 장막이 된다. 그들이 그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서 그리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나름대로 대통령을 잘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그들이 대통령을 잘 보좌하기 위해 제 역할에 열심일수록 더 두꺼운 장벽이 되어버리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는 어느 조직에서나 생길 수 있는 구조의 문제이자 권력의 생리이기도 하다.

보좌진의 업무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이 꼭 필요한 사람만 만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마땅히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아무나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원천적으로 매우 제한되는 데다 보좌진의 선별 노력에 의해 더욱 더 제한된다. 억울한 지적으로 들리겠지만, 보좌진은 그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차단막이자 문고리로 구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은 대통령을 만나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보좌진은 매일 대통령을 모시기에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생각이나 심기를 잘 안다. 그래서 보좌진의 언행이나 보고는 은연중에 대통령의 생각이나 심기에 맞추어지게 된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들으려 하고 그 반대의 것은 피하려 한다. 이는 인지상정으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보좌진이 대통령의 생각이나 심기에 자신의 언행을 조율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대통령의 생각이나 심기를 잘 알면서 거기에 반하는 언행으로 화를 자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좌진이 직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보좌진이 많을수록 대통령은 그들에 둘러싸여 더 고립되면서 매우 친숙하고 자기 뜻도 잘 헤아리는 이들만으로 편안하게 모든 국정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는 보좌에 그쳐야 할 이들이 옥상옥의 ‘소내각(小內閣)’이 되어 거의 모든 국정 논의와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무소불위의 역할을 하게 됨을 뜻한다. 그 결과 본래의 내각을 구성하는 국정의 실제 책임자들이며 사안의 복잡성과 미묘함을 잘 아는 각 부처와 장관들은 국정의 논의와 결정에서 소외된 채 결정에 참여하지도 않은 정책을 시행하고 책임지는 비정상적인 방식이 정착된다.

따라서 대통령이 소통의 단절이나 고립을 피해 좀 더 많은 이를 만나고 직언도 듣기 위해서나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 방식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인의 장막이자 소내각으로 구실하는 보좌진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 대통령의 보좌진은 연락이나 서류작성과 같은 행정 실무를 담당할 사람들 외에는 최소화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행정 실무 요원 외에는 비서실장, 대변인, 각각 안보·경제·사회 정책을 담당할 보좌관들이면 족하다. 모든 국가 행정 업무는 해당 부처의 장관과 공무원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들도 다 대통령의 보좌진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장관을 ‘비서(secretary)’라고 부른다. 이는 국정의 책임자가 비서들을 소집하면 소내각이 아니라 각 부처를 지휘하는 장관들이 모인다는 뜻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국정 논의와 그 참여자의 모습이다. 따라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우선 보좌진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수많은 인적 자원과 자료와 정보를 갖고 있고 현실과 여론을 잘 아는 각 부처의 책임자들과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의하는 정상적인 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청와대를 나오는 것이 성공의 열쇠는 아니다. 진단이 옳아야 처방도 바르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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