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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권력의 덫

[이효성 칼럼] 권력의 덫

기사승인 2022. 05. 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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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권력은 강화되고 커질수록 더욱 튼튼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취약해져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 이 진실은 황제의 권력이 절대적이던 중국 왕조들이 매우 단명했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해 황제의 권위와 권력이 가장 막강했던 진나라는 중국 통일 겨우 15년 만에 망했다. 히틀러, 박정희, 사담 후세인, 카다피 등에서 보듯, 독재자들의 권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비참하게 끝을 맺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영국 정치가였던 액튼 경의 표현처럼,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권력의 속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는가? 그것은 권력이 강화되거나 절대화할수록 권력이 민심에 반하고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해 작동하는 권력의 덫이 생기기 때문이다. 몇 가지 중요한 권력의 덫을 살펴보기로 하자.

권력이 강화될수록 권력자의 심기를 잘 살피는 이들로 이뤄진 ‘인의 장막’이란 덫에 걸린다. 권력이 강할수록 안전을 이유로 권력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그럴수록 권력은 이미 접근이 확보된 소수의 측근들만으로 둘러싸이고 갈수록 그들에 의해 점점 더 단단한 인의 장막이 쳐진다. 그래서 권력은 민의에서 멀어져간다.

또 권력이 강화될수록 보고되는 정보가 왜곡된다. 권력자는 온갖 정보를 받기 때문에 현실에 밝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 정보들은 권력자의 의중에 맞추어 보고자와 측근들에 의해 철저하게 걸러지고 왜곡된다. 이 덫으로 인해 권력자는 진실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로 현실과 괴리된 엉뚱한 말이나 판단을 하게 된다.

권력이 강화될수록 강경파가 득세하게 되는 것도 하나의 덫이다. 권력이 커질수록 권력자는 무엇이든 권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것을 헤아리는 측근들일수록 강경책을 주창하게 되고 그런 강경책이 권력자에게는 더 합리적이고 충성스럽게 보인다. 타협이나 양보를 주장하면 유약하고 불충하게 보인다.

또 다른 덫은 권력이 강화될수록 권력자를 추켜세우는 아부자들이 많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센 권력일수록 더 크고 더 많은 이권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한 권력일수록 그 주변에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이 꼬이게 된다. 이권이 클수록 아첨도 커진다. 문제는 이 세상에 아첨을 싫어하거나 그것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권력이 강화될수록 권력자는 독선적으로 되어가는 덫에 갇힌다. 권력이 커질수록 권력자는 점점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되고 그래서 자신이 무엇이든 올바로 보고 정확히 판단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권력자는 남의 얘기를 듣는 대신 자기 말만 하게 된다. 심지어 조언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원로들을 모아놓고도 자기 말을 주로 하게 된다.

권력이 강화될수록 권력이 집중되어 권력자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덫도 피하기 어렵다. 권력의 강화는 곧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뜻한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권력자는 그 권력이 미치는 범위의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럴수록 많은 결정들을 홀로 해야 하고 따라서 졸속한 결정이나 치명적 실수를 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권력의 덫을 피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들 덫을 피하기 위해서 권력의 내부에서 거리낌 없는 직언과 격렬한 논쟁과 외부의 신랄한 비판을 허용하고 또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어쩌면 직언과 논쟁과 비판의 허용은 명령과 복종에 익숙한 권력의 속성에 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 권력의 속성은 매우 위험한 것이지만 ‘다모클레스의 칼’로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권력의 덫에 대한 최선의 방비책은 애초부터 민주적인 제도에 의해 권력을 가급적 분산시키고 그 행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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