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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핵무장이 고려해야 할 것들

[이효성 칼럼] 핵무장이 고려해야 할 것들

기사승인 2023. 02. 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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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핵무기를 포함한 상대의 공격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억제력은 핵무기다. 재래식 군사력에서는 우리가 세계 6위이고 북한보다 훨씬 더 우세하지만 아직까지 재래식 무기는 핵무기에 대한 완전한 억제력을 갖지는 못한다. 게다가 많은 핵무기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핵무기에 대한 대응 핵무기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군사동맹국인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의존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일이다.

먼저 지금까지처럼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경우 핵심적인 문제는 핵우산의 범위와 그것의 확실성이다. 핵우산은 한국이 핵무기로 공격당할 경우 미국이 그에 대해 자신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을 보장해야 한다. 단순히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핵우산이라면 어느 정도 믿을만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정세에서는 한국을 안심시키기는 어렵다.

미국의 핵우산이 한국을 안심시키려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그 대상으로 확실히 포괄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전랑외교를 구사하고, 북한의 급변 사태 시에는 북한의 분할점령 의도를 드러낸 중국에 대해서도 확실한 핵우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이 핵으로 한국을 겁박하거나 공격할 경우 미국이 과연 한국을 보호하러 나설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핵우산은 약속에 불과하기에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 핵우산은 값싸고 손쉬운 핵억제 수단이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결정적인 흠이 있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우리가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믿음직스러운 핵 억제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니 차제에 아예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핵무장이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핵무장은 기술 외에도 많은 조건의 충족을 요하기에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많은 경비와 위험이라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을 탈퇴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 조약을 탈퇴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들에 반하여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를 협박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최고 이익을 위협하는 특수한 사건들'로서 NPT의 탈퇴가 허용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탈퇴는 곧 핵무장과 핵확산을 의미하기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반대한다.

그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장을 시도하면, 미국이 한국과의 군사 동맹을 해체하고 경제 협력을 중지할 경우 국제사회가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UN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는 원자력 발전 원료인 농축 우라늄 등의 공급을 중단할 것이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 원료를 자체 조달할 수 없기에 국제사회가 그 공급을 중단하면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게 되어 전기 부족 사태를 맞게 된다. 게다가 한국은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핵무기를 시험할만한 오지도 없다. 또 어찌어찌해서 핵무장을 하게 되면 남북한 간에 핵무기 경쟁이 심화되어 오히려 안보적으로 더 불안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핵무기를 포함하여 모든 공격과 전쟁에 대해서 확실한 억제력을 갖는 것은 현재로서는 핵무기이다. 그런데 자체 핵무장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써야 하기에 감당키 어려운 경제적 후과가 따른다. 핵무장은 기술력 외에도 여러 조건의 해결을 위한 작업이 선행되고 그 결과 여건이 성숙된 후에 고려될 수 있는 대안이다. 그때까지는 미국의 포괄적이고 강력한 핵우산을 보장받으면서 재래식 무기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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