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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기술 패권 전쟁과 반도체의 중요성

[이효성 칼럼] 기술 패권 전쟁과 반도체의 중요성

기사승인 2023. 03. 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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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오늘날 반도체는 거의 모든 산업의 필수불가결한 부품이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반도체는 오늘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자 전략 산업인 것이다. 반도체는 컴퓨팅, 통신, 네트워크, 인공지능,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스마트 공장·농업·도시 등 사회의 디지털화에 기반한 4차 산업 혁명의 총아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조업 기술을 발전시키고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 각종 무기의 개발과 성능 향상, 무기의 체계적 운용, 방어 체계의 구축 등을 위해서도 반도체는 필수불가결하다. 즉 정교한 반도체의 확보 없이는 경제의 발전도, 안보의 강화도 불가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중 패권 전쟁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은 트럼프 행정부 때 처음에는 무역 전쟁으로 시작했으나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 사용 금지,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등 점점 기술 패권 전쟁으로 바뀌어 가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완전히 기술 패권 전쟁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대상이 바로 반도체다. 그래서 미국은 자국과 우방국의 반도체 관련 산업체들로 하여금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품은 물론 그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소재도 수출할 수 없게 막고 있다. 그리고 이를 더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 미국은 우방국들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와 한국, 대만, 일본을 포함하여 '칩4동맹'을 결성했다.

그런데 미국의 기술 패권 전략이 단순히 자국과 우방국의 반도체 제품과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우방의 반도체 업체로 하여금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신이 아예 반도체 생산국이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첨단 반도체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만일 우방국의 반도체 기술을 반강제적으로 빼앗거나 고사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행히도 이런 우려가 최근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실행 세칙(NOFO, Notice Of Funding Opportunity)으로 현실화한 느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여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요청하며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미 상무부의 반도체 지원법의 NOFO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업체는 초과 이익 환수, 기술 인재 양성, 시설 접근권, 10년 중국 투자 불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초과이익 환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고, 기술인재 양성과 시설 접근권은 반도체 기술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이 법은 지원금을 미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본토로 유인하여 뒤통수를 친 것이다. 미국은 이미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를 강압적인 수단으로 고사시킨 적이 있다. 그때부터 일본이 서서히 산업 경쟁력을 잃고 잃어버린 30년을 맞은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사실 미국 반도체법이나 그 시행 세칙은 너무 규제가 많아 그 지원금을 받는 순간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진출하더라도 결코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 진출해야 한다면 일본에 진출한 대만의 TSMC처럼 첨단 반도체 대신 28나노 이하의 비첨단 제품만을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와 여야는 한국의 미래를 걸고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응해야 한다. 불연이면, 우리는 반도체 기술을 고스란히 미국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부문에서는 세계의 72%를 점유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게다가 메모리 반도체는 그 자체의 기능 및 성능 향상과 인공지능 산업 등의 발전으로 새로운 수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고, 파운드리 부분에서도 3나노 급에서부터는 TSMC를 제치고 선두주자가 되었다. 우리의 그런 반도체 기술을 미국은 보조금 몇 푼으로 내놓으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러한 우위를 잘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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