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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멍석 도정(道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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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멍석 도정(道政)’

기사승인 2020. 06. 0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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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논설위원
'의전보다 일, 형식보다 실용, 권위보다 소통'
'도민사랑방' '도지사에 쓴소리' 개설...현장 누벼
'파격적 리더십'...실사구시 도정 철학 실천
조향래 논설위원 최종 1234
조향래 논설위원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여름날 해질녘이면 마당 한가운데 멍석을 깔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며 저녁을 먹었다. 장손인 나는 할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누운 채 밤하늘 별들을 쳐다보며 옛이야기를 듣다가 잠들곤 했다. 농경사회의 멍석은 그렇게 쓰임새가 다양했다. 곡식을 말리는 데 사용하는 깔개뿐만 아니라 흙바닥 위에서는 장판이 되었다.

전통 혼례에서는 신랑·신부가 멍석 위에서 맞절을 했고 상갓집 상주들이 문상객을 맞아 슬픔을 나눈 것도 멍석 위였다. 명절이나 농한기에 마을사람들이 윷놀이를 즐기거나 막걸리 한 잔에 어우러져 춤판을 벌인 곳 역시 멍석이었다. 큰일이 벌어지면 으레 멍석이 등장한 것이다. 뜻밖에도 멍석은 형벌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마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못된 짓을 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이 있을 경우 멍석에 둘둘 말아서 몽둥이로 때리는 ‘멍석말이’ 풍습이 있었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효과와 함께 깊은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지혜가 담긴 사형(私刑)제도였다.

‘의전보다 일, 형식보다 실용, 권위보다 소통’

짚으로 만든 멍석은 그 자체가 습기를 머금거나 내뱉으며 통풍을 원활하게 하는 자연과 민심의 산물이었다. 삼삼오오 섞여 앉아 멍석을 짜던 사랑방은 긴 겨울밤 이야기를 꽃피우며 공동체의 정서를 다지던 민의의 산실이기도 했다. 서민 생활의 필수품이었던 멍석은 관련된 속담도 많이 파생시켰다. 그 대표적인 게 ‘하던 XX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일 것이다.

서양의 사회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역설의 심리를 ‘내발적 동기 부여’와 대비한 ‘내적 원인의 할인 원리’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하기도 한다. ‘멍석 깔아 줄 때 춤추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모앙이다. 하지만 그것도 상석(上席)이라는 권위의식이 없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논리도 명분도 없는 망나니 춤을 추라는 뜻도 아닐 것이다. 여기서 멍석은 깔아 주는 사람이나 춤추는 사람이나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멍석에 스민 건전한 민주주의의 속성이다. 위선과 억지가 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 속에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도정(道政) 리더십은 파격적이다. 의전보다 일, 형식보다 실용, 권위보다 소통을 앞세운다. 취임과 함께 집무실을 활짝 열고 안쪽에 카페 형태의 ‘도민사랑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멍석을 깔았다.

‘도민사랑방’ ‘도지사에 쓴소리’ 개설…실사구시 현장 도정

이 지사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이 멍석 위에 방문객들과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격의 없는 얘기를 나누기를 즐긴다. 시골 출신인 이 지사는 원래 소탈한 사람이다. 국회의원 시절도 그랬다. 누구와도 술잔을 들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친화력을 자랑한다. 도정 전반에 의전과 격식을 대폭 줄이고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승합차를 타고 현장을 누빈다.

홈페이지에 ‘도지사에 쓴소리’ 코너를 만들고 손수 답글을 올리는가 하면,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도민사랑방에 깔아 놓은 멍석에는 개방과 소통, 그리고 실용주의의 도정 철학이 담겨 있다. 그 멍석을 잘 활용하는 것은 도민들의 몫이다. 사랑방 입구 벽면 편액에 적힌 이철우 도지사의 이름을 딴 ‘세철감우(世喆甘雨)’라는 문구처럼 멍석 위에서 나눈 진솔한 얘기들이 세상을 밝히는 단비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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