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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신라의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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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신라의 달밤

기사승인 2020. 06. 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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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논설위원
'달을 부른 노래-월명' 뮤지컬
코로나19에도 50여명 출연진·스태프
경주 상주하며 상설공연 경이 그 자체
조향래 논설위원 0611
조향래 논설위원
달은 밝다. 그리고 둥글다. 달은 광명(光明)이요 원융(圓融)인 것이다. 달빛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싼다. 햇빛이 구별과 대조의 명암이라면 달빛은 조화와 융합의 명암이다. 어둠까지도 감싸안는 달은 모성(母性)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물리적인 형상과 내면적인 속성에 있어서도 달은 여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해품달’(해를 품은 달)은 있어도 ‘달품해’는 없는가 보다.

달은 원만구족(圓滿具足)의 완벽한 상징이면서도 죽음과 회생, 이지러짐과 차오름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달의 결영(缺盈)이 원시인의 삶을 지배했고 농경사회 인류의 세계관과 생활관을 형성한 것이다. 달은 우리 한국인의 정서적·심미적 체험 속에도 크게 자리해왔다. 달의 서정이 시와 그림, 그리고 노래와 춤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종교와 철학으로 승화되기도 했다.

달은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비중 있는 소재이자 주제였다. 백제 가요 ‘정읍사’에서 첫 모습을 보인 달은 신라 향가를 관조하다가 가사와 한시를 거쳐 시조문학에 이르는 도도한 강물을 이뤘다. ‘정읍사’에서 정서적 공감의 대상으로 떠오른 달은 ‘원왕생가’와 ‘찬기파랑가’에서는 심미적 서정성과 종교적인 신비성까지 더하며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통일신라는 보름달의 정치적·문화적 형상화와 닮았다. 향가가 성행하던 신라의 달밤이 그랬다. 향가를 통해서 신라의 달은 보편적이면서도 숭고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런 신라에 해가 둘 나타나서 민심이 흉흉하게 됐다. 통일신라 경덕왕 19년(760년) 4월의 일이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향가가 바로 도솔가(兜率歌)다.

왕이 월명사(月明師)란 승려를 불러 산화공양(散華供養)을 하면서 도솔가를 지어 부르니 괴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월명사를 발굴하고 도솔가를 창작하기 위한 과정이 지금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뮤지컬 ‘달을 부른 노래-월명’이란 주제로 부활했다. 하늘을 감동시켜 해를 떨어뜨릴 수 있는 최고의 예인을 뽑는 전국 향가 경연대회를 펼치고 있다.

개관 25주년을 맞은 서울의 정동극장이 삼국유사에 전하는 도솔가의 내용에 판타지적 상상력을 보태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 뮤지컬이다. 1260년 전 통일신라의 역사적 현장에 향가 오디션과 콘테스트라는 현대적 설정을 가미한 것이 신선하다. 서동·노옹·처용·비형·죽지랑·기파랑 등 다양한 역사적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반야심경을 랩으로 읊조리고 향가를 뮤지컬 창법으로 변주한다. 오페라의 유령을 패러디한 서라벌의 유령도 등장한다. 신라 최고의 향가 뮤지션 월명과 백제 최고의 소리꾼 여옥의 무대는 영·호남 화합과 상생을 희구하는 열망을 담았다. 모두가 어우러진 대화합의 무대에는 아리랑 가락이 흐드러진다. 총체적인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 우리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래와 몸짓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풍족하지 않은 관객에도 불구하고 50명에 이르는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경주에 상주하며 상설공연을 하고 있는 것이 경이롭다. 뮤지컬은 여름을 지나 가을의 끝자락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무대 위 주인공들의 소망처럼 서라벌에 둥근달이 떠오르면서 액운의 해인 코로나도 스러져 배우와 관객, 그리고 경주와 전국이 신라의 달밤을 만끽할 수 있는 시절인연을 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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