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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공부를 부탁해

[아투 유머펀치] 공부를 부탁해

기사승인 2020. 0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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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아시아투데이 논설위원


옛날 어느 인색한 양반집에 반갑잖은 손님이 찾아왔다. 점심 때가 되자 며느리가 평소처럼 시어버지에게 고했다. “아버님 복일인량(卜一人良)하오리까” 그러자 시아버지가 “월월산산(月月山山)하거든...”이라는 느긋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같은 대화를 듣던 식객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이 “정구죽천(丁口竹天)이로다”였다. 한자의 파자(破子)를 조합해 보면 짠돌이 양반이 얼마나 가슴이 뜨끔했을지 알만하다.

‘卜一人良’은 ‘上食’으로 ‘식사를 올릴까요’란 뜻이고 ‘月月山山’은 ‘朋出’이니 ‘친구 가거든...’이란 말이다. 여기에 손님이 ‘丁口竹天’ 즉 ‘가소(可笑)롭다’로 응대한 것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어느 교수가 ‘多不有時’라는 간판이 걸린 시골의 작은 초가(草家) 앞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게 도대체 어떤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을까...?’ 그런데 지나가는 노인의 설명을 듣고는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은 ‘WC’ 즉 화장실이란 영어의 한자식 표현이었기 때문이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우리 속담도 못배운 서러움을 담고 있다. 오랜 문치주의(文治主義)의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학문을 중요시 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로 시작하는 논어(論語)의 첫 구절은 입신양명의 첫걸음이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얄궂은 사달이 벌어졌다. 비정규직 보안검색원들의 무더기 정규직 전환, 이른바 ‘인국공 사태’이다.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부러진 펜 사진’을 공유하는 캠페인 운동이 벌어지고 인국공 노조원들의 대국민 서명운동에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역차별’이란 팻말도 등장했다.

수많은 취준생들의 허탈과 분노에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벼락 정규직이 채용시장의 공정 룰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애써 공부할 필요가 무엇이냐”는 자조적인 푸념에 “누가 공부하래...”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는 아파트 구입도 로또, 정규직 전환도 로또가 되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보탰다. 노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결과의 평등만을 앞세우는 세태를 두고 ‘丁口竹天’이란 일갈이 나올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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