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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 펀치] ‘김여사’의 역주행

[아투 유머 펀치] ‘김여사’의 역주행

기사승인 2020. 12. 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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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운전면허를 딴 지는 오래되었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은 지는 얼마되지 않은 60대 여성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급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 주행에 나섰다. “내가 배운 게 모자라나, 사회적인 지위가 부족하나, 기죽을 일 없다”고 자위하며 자신 있게 주행을 하는데 집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TV에서 고속도로에 역주행 차량이 있다는 속보를 전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였다.

그런데 이 여성의 응답이 과연 걸작이었다. “안 그래도 나 빼고 전부 역주행이야! 모두들 운전을 왜 저따위로 하는지 모르겠어...” 2000년대 중반부터 여성 운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른바 ‘김여사 시리즈’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교통법규를 아예 무시하거나 원활한 차량 소통을 방해하는 무개념 운전자의 통칭이었다. 황당한 운전 행태나 주차 장면에도 ‘김여사’의 소행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하필이면 경찰차를 들이받거나 정비공장에 가서도 사고를 내는 충격, 보석 가게 매장 안으로 돌진하거나 사람들을 제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황당, 뒤 트렁크를 열어 젖힌 채 배추를 가득싣고 3대의 주차 공간을 가로질러 차를 대는 배짱, 목욕 가방을 차 위에 얹어두거나 핸드백을 조수석 바깥 후미경에 걸고 주행하는 가관 등 모두가 ‘김여사’의 황당무계한 운전백태였다.

갖가지 ‘김여사’의 동영상과 사진이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국내외 사이트를 달궜다. 결혼한 중년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에 우리나라의 대표 성씨인 ‘김’을 붙인 ‘김여사’는 무모와 과도, 미숙, 민폐 등을 일삼는 불명예스러운 아줌마의 대명사가 됐다. 조폭보다 더 무서운 게 아줌마라는 얘기도 있는데 그 아줌마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김여사’이니 오죽하겠는가.

부동산 규제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오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안팎의 숱한 우려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두 강철 여성 정치인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김여사’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김여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여사’는 정녕 도로 위의 무법자인가, 새로운 교통문화를 견인하는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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