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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들은 가는 年에 대한 아쉬움과 오는 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기 마련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현대사에서 전쟁과 혁명(쿠데타), 그리고 환란(換亂)을 제외하고 올해만큼 다사다난했던 여정이 또 있었을까. 미증유의 전염병 창궐과 초유의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봐도 그렇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올해의 인기 사자성어’로 제시한 ‘조로남불’ ‘투신성인’ ‘천방지추’ ‘문파구리’ 또한 그 방증이다. ‘조로남불’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서 보듯 민주와 개혁을 참칭하는 자들의 허위와 위선, ‘투신성인’은 능력과 소신 있는 공직자들이 핍박받고 무능한 출세주의자들이 몸을 던져 충성경쟁을 하는 행태, 그리고 ‘천방지추’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파구리’는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문재인정권이 실현한 공약이 하나 있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한다. 그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이뤄낸 것이라고 꼬집는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중국사람이 먼저인지, 북한사람이 먼저인지, 내 사람이 먼저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특히 내 사람만 내세우고 두둔하다 보니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가 돼 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로남불’과 ‘추로남불’의 모태(母胎)인 ‘내로남불’이 올해처럼 세간을 풍미한 때는 없었을 것이다. ‘추안무치’와 ‘경국지추’의 뜻이 무엇인지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올 한 해가 국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사자성어를 통해 식견을 넓히고 적반하장의 실황을 보며 진실을 분간하는 안목을 키우게 하는 한 해였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설마 오는 신축년이 가는 경자년보다 더한 年이기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