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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 방금 더글러스 후보가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 가게의 최고 단골손님이 바로 더글러스 후보였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정치적 음해에 대한 인간적 위트로 링컨이 오히려 선거전의 승기를 잡은 것이다. 공화당의 링컨과 민주당의 더글러스는 30여 년 정치적 라이벌로 상대를 맹공격하며 숙명적인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바로 화해를 했다. 더글러스는 링컨의 대통령 당선과 취임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축하했으며, 남북전쟁 때에도 앞장서서 링컨을 도왔다. 더글러스가 세상을 떠나자 링컨은 진심으로 애도하며 백악관에 조기를 내걸었다. 링컨과 더글러스는 정치적으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웠지만 인간적으로는 서로를 존중한 도량 있는 정치인들이었다. 17세기 중후반 조선의 정국을 주도했던 우암 송시열과 미수 허목도 그랬다.
노론의 영수와 남인의 대표였던 두 사람은 이른바 예송(禮訟)으로 권력투쟁을 벌이던 원수 같은 사이였다. 어느 날 우암이 속병이 깊어 어떤 약도 소용이 없자 “나를 살릴 사람은 오로지 미수 밖에 없다”고 했다. 우암의 아들이 마지못해 미수를 찾아가자 “뱃속에 그득한 욕심을 비워야 하니 비상을 한 숟가락 먹이라”는 농담성 극약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우암은 빙그레 웃으며 비상을 마시고 병을 고쳤다고 한다.
농익은 유머와 위트는 대인적인 풍모에서 우러나온다. 국가 지도자에게 유머와 위트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것은 스스로도 긴장을 해소하며 낙천적인 자세로 숱한 국가적 위기와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위트와 유머가 뛰어난 대통령들이 통치 능력도 뛰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오늘날 우리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대통령과 정치인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