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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우크라이나 데자뷔

[아투 유머펀치] 우크라이나 데자뷔

기사승인 2022. 03. 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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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실업자는 없지만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 일하지 않지만 모두 급료를 받는다. 급료를 받지만 아무것도 살 물건이 없다. 살 것이 없지만 어떻게든 먹고산다. 먹고는 살지만 모두가 불만을 갖는다. 불만을 갖지만 전원이 ‘찬성’이라고 투표한다.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러시아 사회의 경직성을 함축성 있게 풍자한 유머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 집단농장으로 무대를 옮겨본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날, 한 노인이 땅바닥에 엎드려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당 서기가 “무얼 하고 있느냐”라고 묻자, 노인은 “좋은 날씨가 계속되기를 기원했다”고 답했다. 당 서기가 “농사가 다 끝났는데 날씨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었다. 노인은 “대서양의 날씨가 좋아야 미국에서 밀을 실어오는 배가 무사히 도착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크라이나는 달라졌다. 소련의 후계자인 러시아 점령군에 맞서 수천명의 국민들이 비무장 시위를 벌였다. ‘침략자를 물리치고 조국을 지키겠다’는 결사항전 모습이었다. 청년들은 30만개의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바리케이드를 구축하고, 할머니는 러시아군에 맞설 화염병을 만들었다. 건설 현장 인부들은 러시아군 탱크를 막아설 대전차 장애물을 세웠다. 목수들은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를 숨기기 위한 위장 그물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기시감(데자뷔)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 의병의 모습이다. 행주치마까지 등장한 임진왜란 당시 행주산성 싸움을 떠올린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을 때 민중은 어떠한 외침에도 결연히 일어선다. 우크라이나에서 해외에 있던 젊은이들까지 자원 입대가 줄을 잇는 까닭이다. 우크라니아 사태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자유진영의 많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도우려 하고, 2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의용군까지 몰려들고 있다. “자유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대통령은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이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지원을 요청하되 구걸하지는 않았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품격 있는 자유민주국가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최고의 국방임을 우크라이나 사태는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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