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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당쟁의 멍에

[아투 유머펀치] 당쟁의 멍에

기사승인 2022. 04.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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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청국의 탕수육 먹는 법을 두고 대소신료들이 논쟁했다. 동인은 소스를 부어 먹어야 한다고, 서인은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고 대립했다. 그런데 대세였던 동인은 소스를 붓기 전 상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남인 온건파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북인 강경파로 갈라졌다. 결국 정국은 북인이 장악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북인의 독단을 패륜으로 규정한 서인이 반정을 일으키면서 소스를 찍어 먹는 게 통설이 됐다. 하지만 소스를 부어 먹는 게 제 맛이라는 남인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왕 또한 왕후와 희빈의 기호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대립이 격화됐다. 그러다 서인이 다시 득세하면서 살짝 찍어 먹자는 노론과 푹 찍어 먹자는 소론으로 분열됐다.

노론은 탕수육을 소스에 오래 담그는 행위를 사문난적으로 몰아세웠다. 절반은 소스를 붓고 절반은 찍어 먹자는 왕의 탕평책도 별 효과가 없었다. 이 와중에 탕수육을 간장에 찍어 먹는 파격으로 세자는 죽음을 맞이했다. 이를 매도하는 벽파와 동정하는 시파로 노론이 또 갈라졌다. 권력은 결국 노론인 외척세력이 독점하게 됐고 안동반점의 레시피만 강요하면서 탕수육은 경쟁력을 잃었다.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은 그나마 양반이다. 한국 붕당의 역사는 몰염치한 이합집산과 이전투구의 반복적 심화였다. 명분도 철학도 의리도 내팽개친 채 패거리 밥그릇 싸움으로 추락했다. ‘친노·반노·비노’ ‘친이·친박’ ‘원박·가박·탈박·배박·복박·비박’ ‘친문·반문·비문·친명·반명’ ‘친윤·반윤’….

붕당인지 사당인지 이처럼 변화무쌍한 정치적 계파의 분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감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런 편 가르기에 국민을 끌어들여 맹목적인 지지와 무조건적 반대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신구권력이 갈등을 빚는다. 반대당의 성공보다는 실패를 노골적으로 바란다. 그러다 탕수육 맛이 가면 못 먹는 것은 상대편만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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