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효성의 절기 에세이] 한로(寒露), 찬 이슬이 맺힘

[이효성의 절기 에세이] 한로(寒露), 찬 이슬이 맺힘

기사승인 2020. 10. 08. 04: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효성의 절기 에세이
오늘(10월 8일)은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cold dew)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한로 무렵부터는 북서 계절풍이 불기 시작하여 추분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고 더위는 완전히 가시는 데다 날씨는 더 청명하고 대기는 더 삽상하여 나들이나 야외 행사에 가장 적당한 철이고 실제로 운동회, 야유회, 등산, 여행 등의 야외 활동이 연중 가장 많은 때다. 이때가 하늘은 더욱 높푸르고 추수철이라서 먹을 것도 많아 말도 더 살찐다. 백로부터의 쾌청한 날씨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로 무렵부터 날씨가 차지고 조락과 소멸의 철이 시작된다. 그리고 조락과 소멸은 비애감을 자아낸다. 이 무렵은 한기(寒氣)의 숙살지기(肅殺之氣·쌀쌀하고 매서운 기운)로 인해 제비와 백로 등 여름새가 날아가는 대신, 기러기와 두루미 등 겨울새가 날아오는 시기다. 귀뚜라미를 비롯한 풀벌레들은 생기를 잃고 울음소리가 약해져 더욱 처량하게 들리는 때이기도 하다. 한로가 지나면 야외에서 벌레들의 울음소리는 듣기 어렵게 된다.

이 시기가 농촌에서는 벼, 조, 수수, 옥수수, 콩 등 여름 곡식의 수확과 타작이 한창이어서, 초여름 망종 때와 더불어, 가장 바쁜 시기다. 서리태라는 콩을 제외하고 곡식들은 서리를 맞으면 맛도 떨어지고 저장도 힘들어지기에 서리가 오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한다. 게다가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는 말처럼, 한로에 보리나 밀의 파종을 해야 하며 늦어도 상강 전에는 파종을 마쳐야 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거나 ‘가을에는 대부인 마누라도 나무신짝 가지고 나온다’는 속담도 생겼을 것이다.

한로 절기 에세이 사진 1
가을의 상징 억새가 7일 서울식물원 언덕 위에서 꽃대가 부풀어 가고 있다. /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한로 무렵부터 산야에는 화려한 꽃들이 없는 채로 주로 소박하고 어쩐지 처량한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등 들국화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된다. 그렇다고 이 무렵 화려한 색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때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들이 흔히 붉게 익기 때문이다. 특히 감나무에는 붉게 익은 감들이 가을은 붉은 색의 계절이라고 주장이라도 하는 듯하다. 붉은 감이 가지에 주렁주렁한 모습이 한반도의 전형적인 한가을 풍경의 하나다. 그 가운데 우듬지에 매달린 것들은 따지 않고 까치밥으로 남겨져 낙목한천(落木寒天)을 더욱 밝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로 어간에 자연을 진정 화려하게 물들이는 것은 단풍이다. 한로 무렵부터 활엽수의 나뭇잎들이 북녘의 산정에서부터 형형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여 산야를 오색으로 물들여 간다. 산에서는 단풍나무, 복자기, 신나무 등의 단풍나무과 나무와 옻나무, 개옻나무, 붉나무 등의 옻나무과 나무들의 붉은색이 그리고 가로에서는 은행나무의 황금색이 화려하고 눈에 띄어 단풍을 주도한다. 사월 초순에 시작되는 청명 절기에는 꽃들에 의해, 그리고 정확히 그 반년 뒤인 시월 초순에 시작되는 한로 절기에는 단풍에 의해, 우리의 산야는 울긋불긋한 색 잔치를 벌이는 금수강산이 되는 것이다.

갈대꽃과 억새꽃이 절정을 이루는 것은 한로 무렵이다. 갈대는 줄기 끝에 가지가 여러 개로 갈려 여기에 솜털이 많은 자주색 꽃들이 피어 전체적으로 원뿔 모양의 긴 꽃 이삭을 만든다. 억새는 줄기 끝에서 갈라지는 십여 개의 가지마다 자주색 꽃이 촘촘히 달리는데 열매가 익으면 씨에 붙은 털이 부풀어 꽃 이삭이 하얀 털 뭉치처럼 피어난다. 갈대나 억새는 흔히 집단으로 자라는데 이들이 함께 꽃을 피워 높이 솟은 꽃 이삭들이 갈대는 잿빛으로 억새는 흰빛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장관을 연출하면서 가을 특유의 쓸쓸한 풍경을 만든다.

남한에서는 10~11월에 연어가 동해안의 모천으로 산란하기 위해 회귀하는데 오늘날은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이나 경상북도 울산의 태화강으로 온다. 산란하러 오는 연어들을 일부 가두어서 맨손으로 잡는 연어잡이축제가 한로 절기 후반에나 상강 절기 초에 양양군 양양읍 남문리 남대천 하구에서 열린다.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