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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에세이] 봄을 훼방하는 꽃샘추위

[이효성의 자연에세이] 봄을 훼방하는 꽃샘추위

기사승인 2022. 02. 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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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최종 컷
계절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환절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바뀐다. 그렇기에 어느 특정 계절의 끝 무렵에는 그다음 계절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고, 다음 계절의 첫 무렵에는 지난 계절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늦겨울에는 온화한 훈풍이 불어오기고 하고, 초봄에는 한파가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절기력에서 각 계절에 속하는 여섯 개의 절기 가운데 앞의 두 번째 및 세 번째 절기를 교절기(交節氣)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의 절기로 치면 입춘 다음에 오는 우수와 경칩이 봄의 교절기에 속한다. 입춘은 교절기적 속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실제 봄의 교절기는 입춘, 우수, 경칩의 세 절기라 할 수 있다.

절기력에서는 입춘부터 봄으로 친다. 입춘은 2월 4·5일에 시작하고 경칩은 3월 19·20일에 끝나기에, 절기력으로 말하면, 이 기간을 봄의 교절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에서는 계절이 절기력보다 약 25일 더 늦기에 그레고리력에서는 3월부터 4월 중순까지가 봄의 교절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무렵에는 봄의 교절기적 속성이 자주 나타난다. 그것은 바로 갑작스럽게 닥치는 매서운 봄추위다. 이 매서운 봄추위는 봄의 교절기적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인 것이다. “봄바람에 여우가 눈물 흘린다”거나 “봄바람은 첩의 죽은 귀신”이라는 속담은 봄바람이 매우 쌀쌀함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은 맞지만, 봄이 반드시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점진적으로는 기온이 상승해가기에 따뜻한 봄이 온다고 할 수 있지만, 일시적으로는 물러가던 겨울이 다시 오는 듯한 날씨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봄의 진격에 겨울은 퇴각하기 시작하지만 곱게 물러가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반격을 노린다. 봄의 전선에 조금만 허점이 보여도 겨울은 무섭게 치고 들어온다. 그런 겨울의 반격으로 봄이 되었음에도 겨울처럼 매서운 추위가 엄습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봄추위를 꽃샘추위라고 부른다.

초봄이 되면 마치 봄을 맞이하기라도 하려는 듯 아름답고 화사한 이른 봄꽃들이 피어난다. 그런데 갑자기 추위가 닥치면 피어난 꽃들이 얼어서 시들거나 피어나려던 꽃봉오리들이 움츠려든다. 갑작스러운 봄추위는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훼방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봄에 닥치는 갑작스러운 추위는 꽃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으로 꽃샘추위라고 부른다. 꽃샘추위는 꽃의 개화만을 시샘하는 것이 아니다. 봄이 되었다고 무겁고 우중충한 겨울옷을 벗어던지고 가볍고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은 멋쟁이들도 난처하게 만든다. 꽃샘추위는 이래저래 봄맞이를 시샘하는 얄미운 존재인 것이다.

꽃샘추위 탓에 봄은 결코 평탄하게 오지 못한다. 기후현상은 여러 요인들이 작동하여 일정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때로 매우 변덕스럽게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에서 봄에로의 이행은 추운 기후가 정반대의 속성인 따뜻한 기후로 바뀌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그래서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일에는 흔히 방해되는 일이 많거나 그런 일이 많이 생기는 법이다. 꽃샘추위는 봄이 곱게 오는 것을 방해하는 훼방꾼인 것이다. 몇 번의 꽃샘추위 끝에 4월이 다 가야 날씨가 안정되고 드디어 정말 따뜻한 봄 날씨가 찾아오는 것이다.

따뜻한 봄은 꽃샘추위라는 몇 번의 매서운 추위 끝에 온다. 이는 봄이 오는 과정이라는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일을 이루는 데에는 어려움이나 방해도 많다는 호사다마의 진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는 좋은 것을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적인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즉 좋은 것을 얻으려면 인내든 노력이든 보상이든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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