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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현 안보칼럼] 한국이 핵보유국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

[장광현 안보칼럼] 한국이 핵보유국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

기사승인 2023. 04.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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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
북한은 지난해 9월 선제적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한 이후 노골적인 핵 위협을 일삼아 왔다. 특히 한미연합연습과 맞물린 3월, 북한의 핵 관련 도발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모의 핵탄두 공중폭파 시험과 '핵무인 수중공격정'에 의한 수중 폭발시험에 이어, 급기야 '화산-31' 전술핵탄두를 공개하는 등으로 핵 무력 완성을 과시하였다. 일련의 정황들로 보아 북한의 핵 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고도화·정밀화·소형화되고 있는 듯하다. 

  북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자 국내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체 핵무장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있어 국제적인 제재를 무릅쓰고 자체 핵을 보유하는 힘든 여정보다는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보장받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 약속을 마냥 믿고 의존하다가 자칫 미국의 핵 대응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도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 이는 '핵으로만 핵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한국 스스로 핵을 보유하는 것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와 외교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핵 위협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음"을 언급한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종의 '의지 표현' 차원이라고 해명했음에도, 일각에서는 북한 핵 위협이 정점에 달한 이상 한국으로서는 NPT를 탈퇴할 명분이 이미 충분하며 국제사회 역시 핵보유 정당성을 용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마음만 먹으면 핵보유는 시간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는 국내적 갈등이다. 무엇보다 국민 합의가 최우선인데 핵 보유를 둘러싸고 극심한 국론 분열이 야기될 것이며, 핵탄두 보관장소를 두고도 엄청난 지역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핵을 개발한 이후에도 핵무기 관리와 유지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게 된다. 

 둘째, 한국이 핵을 보유하려면 무엇보다 동맹국 미국의 동의가 필수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혹자는 한국이 핵무장을 강행한다면 미국도 결국은 이에 묵인 내지는 동조할 것이며, 한미동맹 또한 변함없이 견고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솔직히 미국은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달갑지 않아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한국이 정권 교체 시마다 특정 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여러 차례 한미동맹이 불편한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핵을 가진 한국이 동맹인 미국보다 중국과 북한에 경도되거나 북한 핵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면서 위험한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만약 한국이 북핵 위협을 명분으로 삼아 NPT를 임의 탈퇴한 후 핵무장을 강행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전방위적인 고강도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과거 사드 배치 보복 전례 등으로 보아 무차별적인 경제보복과 압박을 가해올 게 자명하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장기화할수록 한국은 감내하기 어려운 국민적 고통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국가 존망의 문제를 무한정 동맹에 의존할 수는 없다. 우선적 조치로 미국과 핵 공유 및 상시 가동체제를 견고히 함으로써 북한 핵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 노력과 함께,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핵보유에 걸림돌이 되는 국내외적 장애 요소들을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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