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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현 칼럼] 70년 전 6·25 전쟁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함의

[장광현 칼럼] 70년 전 6·25 전쟁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함의

기사승인 2023. 06. 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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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
지금으로부터 73년 전인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김일성이 하달한 암호명 '폭풍'에 따라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인민군 7개 사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전 전선에 걸쳐 일제히 공격을 가해왔다. 스탈린의 승인과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원 확약을 받은 김일성이 한반도를 공산화 통일하고자 기습남침을 감행한 것이다. 남침 당시 북한군의 상당수가 중국 국공내전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정예군으로서, 이들은 소련 군사고문단이 남기고 간 야크(Yak-3)기와 T-34 탱크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변변한 탱크 한 대 없이 소화기만으로 육탄전을 벌였던 한국군의 무장은 북한군에 비해 매우 빈한한 수준이었다.

북한 남침 직후 미국의 발 빠른 개입과 함께 즉각 유엔안보리가 소집됐다. 안보리 결의 제84호(S/1588)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21개국이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전투 병력 파병 및 의료지원을 했으며, 40여 개 국가들은 물자를 지원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하기까지 3년 1개월 3일간 지속된 전쟁은 막대한 피해를 유발했다. 3년여 동안 한국군 13만7889명이 전사했고, 유엔군은 연인원 194만여 명이 참전하여 그중 15만여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 또는 실종됐다. 3년여의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포함하여 모두 250만여 명이 사망했고, 국토의 70%가 초토화됐다. 

일각에서는 6·25전쟁을 일컬어 '동족 간의 내전(內戰)'으로 치부하는 부류들도 있지만, 소련을 배후에 둔 북한군과 중공군의 공격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16개 우방국이 유엔군의 이름으로 참전하여 한국군과 함께 싸운 명백한 '국제전(國際戰)'이었다. 

73년 전에 발발하여 엄청난 피해를 안겼던 전쟁은 불행히도 아직도 진행형이다.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상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지금까지 비록 전쟁이 재발하지 않고 있을 뿐,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안보 구도는 6·25전쟁 당시와 견주어 볼 때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전쟁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관계는 여전히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하나같이 군사적 강국인 공산권 국가들과 초근접하고 있으면서, 유일 동맹인 미국 본토와는 5805해리(1만751㎞)나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 전략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태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핵(核)과 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킨 가운데 대남 적화통일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작금의 한국은 전후 가장 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 없이 시행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데 일조했고, 그 결과 한국은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한민국 내부의 사정은 또 어떤가? 먼저 6·25전쟁에 참전하여 이 땅을 지켜내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주역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다. 그나마 생존한 참전용사들은 어느덧 나이가 90~100세를 넘어섰고, 전쟁을 겪지 않은 2세가 60~70세, 손자 세대들도 30~40세 중년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참전용사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역사적 진실들 또한 하나둘씩 잊혀지고 있다. 

오늘날 이 땅의 젊은이들은 70년 전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6·25전쟁을 일으켰으며, 전쟁의 참상이 어떠했는지를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가르쳐주는 이들도 적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반면 6·25전쟁과 관련하여 많은 부분이 왜곡 날조되고 있다. 엄연한 북한군의 불법 기습남침을 '북침'으로 호도하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교사들의 손에 이끌려 적군 묘지를 참배하는 일도 발생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겪은 지금의 한국은 가히 '괴담의 천국'이자 '간첩들의 소굴'이 된 느낌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해하는 세력들이 대놓고 북한을 옹호하며 나라를 뒤흔들고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법치주의와 공권력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수사기관 발표만을 놓고 보더라도 국가 정체성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심지어는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하고 체제전복을 시도하는 간첩들이 정치계와 법조계, 노동계, 그리고 교육계, 문화계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스며든 상태에 있다. 어떤 분야는 단순 스며든 정도가 아니라 단단히 뿌리를 내려 자생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하에서 은밀한 점조직 형태로 암약하던 간첩들이 이제는 세상 밖에 나와 버젓이 활개를 치며 나라의 공권력과 법질서를 농락하고, 심지어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며 반정부활동을 전개하는 한심하고도 위험한 세상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오늘날 우리가 분에 넘치게 누리는 풍요와 자유는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70년 전 공산집단에 맞서 조국을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령들과 우방국 참전용사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린 값진 희생의 산물이다.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 나라를 든든히 지켜내야 할진대,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중시해야 한다. 

우리와 지척에 있으면서 하나같이 핵을 가진 북·중·러의 결속력이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현실 앞에서 모든 가치에 앞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유사시 함께 싸울 동맹과 우방국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는 이미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를 통해 생생하게 실감하고 있기에 유일한 동맹인 미국과의 안보 공조를 더욱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매우 소중하고도 특별한 안보 자산인 유엔군사령부와 이를 구성하는 우방국들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히 해나가야 한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한다. 눈에 보이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법질서를 확립하고 공권력을 강력히 행사함으로써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체제를 교란하는 간첩들을 색출하여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야 한다. 아울러 6·25전쟁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과 증언을 아카이브(archive)화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전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군(軍)이나 학교 기관에서 6·25전쟁에 관한 교육과정을 정규과목에 반영하여 교육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이끌 청년과 학생들이 왜곡·날조된 선동에 더 이상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국내 및 해외 참전용사들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것에 착안하여 그들의 2세와 3세를 대상으로 보훈 활동 범위를 확대 시행하는 등 국가보훈 시스템 다변화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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