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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현 칼럼] 韓-유엔사 국방장관 회의, 의미와 과제

[장광현 칼럼] 韓-유엔사 국방장관 회의, 의미와 과제

기사승인 2023. 11. 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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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
한국 국방부 주관으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주둔국이자 전력을 사용하는 국가(Host Nation)인 한국이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유엔사를 구성하는 17개의 전력제공국(Sending States)의 국방장관을 초청한 자리에서 유엔사의 존재 목적을 재확인하고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국방장관들은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과 때를 같이하여 워싱턴에 모인 참전국 대표들은 「한국 휴전에 관한 16개국 공동정책 선언문」을 채택하면서, "유엔의 제 원칙에 반(反)한 무력 공격이 한반도에서 재발할 경우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대항할 것임을 확인한다"고 결의했던 것과 내용면에서 동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워싱턴 선언'이 70년 만에 '서울 선언'을 통해 유엔사 회원국들의 의지가 한층 확고해진 모양새다.

사실 정전협정 체결 당시만 해도 6·25전쟁의 산물인 정전체제가 이처럼 길게 유지될 것이라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불안정한 평화' 상태에 있다. 지난 70년간 유엔사가 '정전협정 관리자'로서 한반도에서 전쟁억지에 기여해 왔으며, 크고 작은 도발과 무력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적인 현장조사와 중재 등을 통해 확전 방지와 위기완화에 힘써왔다. 그러나 유엔사의 이러한 순기능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소극적 태도로 말미암아 유엔사의 위상과 존재감이 크게 약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이 없는 대(對)한반도 정책 등으로 말미암아 유엔사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정권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매개인 종전선언을 성사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엔사를 폄훼 및 홀대했으며, 궁극적으로는 해체에 방점을 둠으로써 유엔사는 물론 이를 구성하는 회원국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이 사실이다.

이런 즈음에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유엔사가 창설된 이래 처음으로 유엔사를 구성하는 회원국들의 국방수장을 초청하여 감사를 표하고, 동시에 핵 무력을 내세우는 북한의 실체적 위협과 이에 동조하는 공산진영 국가들에 경종을 울리고 70년 전의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다시금 전력을 파견하여 함께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은 우리 안보에 큰 획을 긋는 가시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번 국방장관 회의를 일회성 성과로 그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며, 외교안보·국방·통일 분야에 이르기까지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유엔사와 관련한 제반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 무엇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결단과 실천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유엔사 위상 확립 및 발전적인 운용이 더 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한국은 유엔사의 위상과 존재감을 높임과 동시에 유엔사 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전력을 사용하는 국가(Host Nation)로서 전력을 제공하는 국가(Sending States)들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회원국에 포함되길 꺼려왔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시전환계획에 따라 방어준비태세(DEFCON) 단계별로 한미연합사에 전력을 전환하게 되어 있어 준(準)전력제공국이나 다름없다. '워싱턴 선언'을 기점으로 70년 만에 '서울 선언'을 통해 물리적 조합을 더욱 단단히 하였으니 이제는 진정한 화학적 결합을 통해 유사시 한미동맹 중심의 연합방위력에 더해 유엔사 전력의 효과를 높여나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은 마땅히 유엔사 지휘부와 참모부에 한국군 장성 및 영관장교들을 핵심직책에 보직해야 할뿐더러, 무엇보다 유사시 함께 싸울 17개의 우방국(Sending States)들과 평시부터 같은 멤버로서 결집력을 높인다면 연합전투력 승수는 한층 더 배가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당장 회원국이 되기가 망설여진다면 우선은 '준(準)전력제공국' 자격으로 활동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것을 굳이 공식화한다면 "한미연합방위력 = 한미동맹 ×(17 전력제공국들 + 1 준전력제공국)" 정도가 되지 않을까?

둘째, 위 공식대로라면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회원국의 수를 늘려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회원국 가입에 제동이 걸렸던 독일을 비롯하여 의료지원국 또는 물자지원국 중에서 희망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고려하면 될 것이다. 논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자 지원국인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 만하다. 최근 한미일 안보 공조가 살아나고 있고, 무엇보다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회원국의 전력 제공과 이들에 대한 작전지속지원을 보장하는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가 차지하는 전략적 비중을 고려할 때 일본의 협조와 지원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해마다 정례적으로 시행하는 한미연합연습에 회원국의 참가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 회원국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유사시 상황을 상정하여 연합연습을 통해 전시 예상되는 주요 국면별로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숙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전력과 장비·물자들을 후방기지에서 일시 수용하고, 이들을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한반도로 이동시켜 한미동맹의 작전통제하에 원활한 임무를 수행하게 하려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와 병행하여 한국 정부는 이들 회원국들의 숙원인 방문부대협정 체결과 연합C4I체제에 대한 접근권한 확대 시행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로 인해 우려되는 군사보안은 IT강국인 한국과 미국이 서로 머리를 맞대면 해결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유엔사 재활성화와 관련하여 항간에서 주장하는 우려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을 비롯한 공산진영이나 국내 일부 세력들이 주장하는 유엔사의 법적 지위 문제나 해체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그들은 유엔사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과 해체 논리를 증폭시켜 국민들 속으로 파고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록 유언비어에 가까운 주장이지만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라든지,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가 한국군을 통제하려 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의구심에 대하여 국민들 앞에 당당히 설명하는 등 공세적인 '유엔사 제대로 알리기'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한국이 유엔사 회원국에 가입하게 될 경우 한국이 유엔사의 전략적 유연성에 연루될 위험성이 있다"는 호도성 발언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유엔사는 국제연합(UN)이 오직 한국만을 위해 창설한 조직이며, 그런 유엔사를 매개로 하여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가 운용되고 있는 바, '유엔사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뿐더러 한국이 그로 인해 한반도 밖의 분쟁에 개입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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