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 아시아투데이 로고
[마켓파워] 정몽진 KCC 회장, 실바톤어쿠스틱스 ‘차명’ 소유한 까닭

[마켓파워] 정몽진 KCC 회장, 실바톤어쿠스틱스 ‘차명’ 소유한 까닭

기사승인 2021. 02. 09.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차명·외가 소유 회사 신고 빠뜨려
공정위 "대기업 규제 회피용"
KCC "실무진 업무과실" 주장
"개인 소유 실바톤어쿠스틱스
직접 지분관계·내부거래 없어"
clip20210208182110
마켓파워
‘개인 소유·외가 회사를 고의적으로 숨겼나, 실무진의 실수였나.’ 정몽진 KCC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2년 넘게 KCC를 조사해온 공정위는 정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실바톤어쿠스틱스와 외가 친족들의 개인회사 (주)동주 등 9개사를 대기업 지정신고에서 일부러 빠뜨려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를 피했다고 판단했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오너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반면 KCC 측은 ‘업무상 과실’이란 입장이다.

세간의 관심은 정 회장의 개인 회사 실바톤어쿠스틱스로 쏠린다. 동일인으로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음향장비 제조업체로 연 매출액(2018년 말 기준)은 4억원 후반대다. 고가의 앰프를 제작해 국내외 업계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KCC와 내부거래가 없고 기업규모도 크지 않아 평소 ‘오디오 애호가’인 정 회장의 개인 투자목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해당 경우라도 오너로서 ‘차명 소유 관행’ 논란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공정위는 KCC가 2016∼2017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정 회장의 차명소유 회사,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납품업체 9개사, 친족 23명을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정몽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KCC는 해당 회사들을 2018년 5월 모두 KCC 계열회사로 편입했고, 공정위는 2년여 이상 고의 누락 여부 등을 조사해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이제 막 ‘2세 경영’의 닻을 올린 KCC로선 총수 고발 건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KCC그룹은 지난달 말 정상영 명예회장의 별세로 세 아들의 경영분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18.55%)를 이끌고, 차남 정몽익·삼남 정몽열 회장은 각각 KCC글라스(19.49%)와 KCC건설(29.99%)을 나눠 맡아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최대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사실로 판명나면 총수 도덕성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문제다. 공정위는 정 회장의 누락이 고의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바톤어쿠스틱스는 설립 당시부터 정 회장이 직접 관여해 실질적으로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고, 누락된 친족들도 외삼촌이나 처남 등 정 회장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정 회장 또한 친족들의 존재와 사업의 영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지정 자료들이 누락되면서 KCC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2016년 9월~2017년 4월)에서 지정제외될 수 있었다. 이 기간 미편입 계열사들은 사익편취 금지 등 경제력집중 억제시책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KCC 측은 업무상 실수란 입장이다. 정 회장의 개인 회사인 실바톤어쿠스틱스인 경우, KCC와 직접 지분관계와 내부거래가 없고, 매출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바톤어쿠스틱스의 2018년 말 기준 매출액은 4억6500만원, KCC는 3조810억원이다. 업계 일각에선 평소 오디오를 굉장히 좋아해온 정 회장의 단순 개인 투자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대기업 오너 중엔 오디오 애호가들이 여럿 있다. 고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1995년 ‘엠페러(Emperor)’란 브랜드로 하이엔드 앰프(파워·프리앰프)를, 이듬해 전문가용 스피커를 국내에 출시한 바 있다. 다만 만에 하나 실무진의 ‘과오’였다 하더라도 그간 대기업 일부 오너들이 ‘차명 소유 관행’으로 세금을 피하거나 편법상속 논란을 빚었던 만큼, 오너로서 주의 경각심을 가졌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외가 소유 회사인 경우, 현재로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지만 외가 우호지분을 활용해 향후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 확대 시 유리할 수 있다. KCC그룹은 상속세와 더불어 형제간 그룹 내 계열사 지분 정리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다. 재계에선 정몽진 회장이 보유한 KCC글라스 지분 8.56%와 정몽익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 8.47%를 서로 교환하고, 막내인 정몽열 회장은 KCC와 KCC글라스 보유 지분을 두 형에게 넘기고 KCC건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을 전망한다.

KCC관계자는 “공정위 지정 자료 신고 누락은 인정하지만, 고의성이 없는 실무진의 실수”라고 밝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