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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현대아산 유상증자···부활 디딤판 될까

[마켓파워] 현대아산 유상증자···부활 디딤판 될까

기사승인 2023. 05. 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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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현대아산에 300억원 규모의 추가 수혈을 진행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아산의 부활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사업 재개가 요원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찾은 건설 사업까지 경기 불황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소송이 일단락 됐지만 현대아산의 부진으로 현대그룹의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24일 자회사 현대아산의 주식 601만9022주를 300억9500만원에 현금취득한다고 밝혔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오는 9일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아산의 대주주다. 이번 지분 취득은 현대아산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것으로, 유상증자 참여 이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율은 기존 73.9%에서 74.5%로 늘어난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취득 목적에 대해 '자회사 현대아산의 핵심사업 육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아산이 '밑 빠진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아산이 계열사 지원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9년 3월에도 현대아산 주식 713만3807주를 357억원에 취득했다.

현대아산이 두 차례나 현대엘리베이터의 수혈을 받은 것은 실적 악화로 사업 추진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대북 사업 중단 이후 건설업을 주력사업으로 키워왔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85.5%에 달한다. 처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던 지난 2018년 말 기준 현대아산의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14.75% 가량 감소한 1081억원, 영업이익은 37억원 적자였다. 당기순이익은 234억원 적자로 전년도보다 적자 규모가 532.43% 급증했었다. 이번 자금 지원도 실적 감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아산의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5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2021년보다 68.62%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20년 흑자가 났던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아산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도보다 약 132.7% 줄어든 1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작년 기준 현대아산의 자본금은 1610억원, 자본총계는 395억원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이란 회사의 적자가 커져 납입자본금이 깎이는 것으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가리킨다. 현대아산은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더불어 지난달 23일 3대1 무상감자를 진행했고, 자본금은 536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오는 9일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더라도 자본잠식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증자 이후 현대아산의 자본잠식률은 1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아산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00%를 넘어섰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도 작년 말 기준 182억원 적자를 보며 적자폭이 240% 증가했다.

현대아산은 고(故) 정주영 회장이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시작한 이후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구축 등 대북사업을 맡아온 기업이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대북사업이 멈추면서 현대아산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총 일곱 번, 전체 142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나 실적과 재무가 안정 궤도에 오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대아산은 여전히 그룹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축이자 남북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기업 중 한 곳으로서 현대그룹이 버리기 어려운 카드다. 현대아산의 미래에 대한 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자체 아파트 브랜드 현대프라힐스를 확대하고, 공공·민간 건설 사업 입찰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현대아산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황도 나빠지면서 실적 회복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축물 부속토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 거래량은 약 43만2000필지(340.5㎢)로 지난해 1분기보다 30.1%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올해 1분기 전국 땅값이 분기 기준 12년6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탓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3월 수도권 건설경기실사지수는 40.4로 2월보다 3.4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 이상이어야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다는 의미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수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주거용 건축 누적 수주액은 총 7조35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6%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 등 추가 악재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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