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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교통사고 특가법 적용, 구호 조치 필요성 반드시 심리돼야“

[오늘, 이 재판!] 대법 “교통사고 특가법 적용, 구호 조치 필요성 반드시 심리돼야“

기사승인 2021. 03. 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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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도주치상 혐의, 피해자 생명과 신체 안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가해자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반드시 심리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미한 사고라면, 운전자가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떠났더라도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도주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2006년과 2010년, 2013년, 2019년 4차례의 음주운전 범행을 저질러 2019년 2월 법원에서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면허가 취소된 김씨는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11월 혈중알콜농도 0.049%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 오던 차 앞 범퍼를 들이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김씨는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고 피해자 A씨는 약 2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1심은 김씨의 음주·무면허 운전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도주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김씨의 차량이 피해자 차량을 스치듯 부딪쳐 피해가 크지 않아 구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도주치상이 아닌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2심은 피해 운전자와 동승자 등이 사고 후 물리치료를 받는 등 상해를 입은 사실이 있다며 도주치상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사고로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해자들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채 사고 장소를 이탈했다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도주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고, 김씨가 자발적으로 범행 현장에 돌아온 점 등을 참작해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도주치상죄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그 사고로 다친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는 행위를 가중 처벌함으로서,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을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도주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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