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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성폭행 무혐의 처분만으로 학교 징계취소 근거 안 돼”

[오늘, 이 재판!] 대법 “성폭행 무혐의 처분만으로 학교 징계취소 근거 안 돼”

기사승인 2021. 04. 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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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징계 처분, 내부 규정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절차적 하자 있다고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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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성폭력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다가 증거 부족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대학교가 학칙 등에 따라 소속 학생을 징계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도, 이를 근거로 민사소송상 징계사유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서울대학교를 상대로 낸 정학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 같은 학교 운동부 소속인 피해자 B씨를 모텔로 데려가 강제로 성행위를 시도했다. 이후 B씨는 준유사강간 혐의로 A씨를 고소하고, 서울대 인권센터에도 자신이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성행위를 시도했을 때 B씨가 5시간 정도 잠을 잔 뒤 세수를 하고 나온 상태였던 만큼 항거 불능이나 심신 상실의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인권센터는 A씨의 행위가 자체 규정에 따른 ‘성희롱’ 내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고 서울대에 A씨에 대한 정학 12개월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A씨에 대한 징계권을 위임받은 사법대학장은 심의위원회를 열어 정학 9개월 처분을 의결해 A씨에게 통지했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묵시적 동의 아래 신체접촉행위를 했다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의 묵시적 동의하에 신체접촉 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학칙이나 학생 징계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인권센터 규정 등을 봤을 때 징계 처분은 학교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춰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가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에 정해진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학생 징계 절차 규정에 따른 징계사유가 존재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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