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지만 돼지를 기르는 시설에 대한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 돼지 분뇨로 인한 악취 탓에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고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 물질은 환경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한돈혁신센터를 방문하면서 이 같은 인식은 사라졌다. 한돈혁신센터는 300두(마리)의 모돈(어미돼지)을 키우는 돼지사육 시설이지만 센터에 들어섰을 때 악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센터 입구에 자리 잡은 현대식 본관 건물과 잘 가꿔진 주변 조경 시설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쾌적한 연구시설에 가까웠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최성현 한돈혁신센터 센터장은 "혁신센터는 모돈 300두를 기르는 돼지 농장이지만 악취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돈사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저감시키기 위해 발효액을 이용한 돈사 순환시스템과 탈취탑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ICT)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혁신센터는 미생물 발효액을 양돈장 슬러리피트 내부로 순환시키는 가축분뇨 발효액순환시스템으로 돼지분뇨를 처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에 1200톤(t)의 저농도 발효액을 순환시켜 약 17t의 분뇨를 처리한다.
공기 중 악취는 중앙집중배기시스템을 통해 잡는다. 돈사 입기구를 통해 공기가 들어오면 내부 공기와 섞이게 되고 이 공기가 각 돈방에서 휀을 통해 중앙집중식 중천장으로 모여 탈취탑을 통해 배출하는 방식이다. 탈취탑은 바이오필터에 저류조를 통해 물을 순환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최 센터장은 "현재 혁신센터 돈사 내부의 암모니아 수치는 평균 2~3ppm이며 탈취탑을 통해 외부로 배출되는 수치는 평균 0.02ppm으로 악취를 거의 느끼기 힘들다"면서 "각 돈사에 다양한 ICT 장비를 적용해 돼지성장에 도움이 되고 냄새 없는 농장환경을 유지시켜 민원 발생이 없는 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돈협회에서는 돈사 내 암모니아 수치가 10ppm 미만이면 악취관리를 잘하는 곳으로 평가한다.
한돈혁신센터는 비영리 법인으로 친환경 돼지농장의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말 문을 열었다. 설립을 위해 국가보조금이 일부 투입되긴 했지만 일선 돼지농가들이 십시일반 모은 모금액이 종잣돈 역할을 했다. 이에 혁신센터는 2세 청년 양돈인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최 센터장은 "올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인증하는 현장실습교육장 지정을 받아 하반기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한돈 산업의 미래인 젊은 한돈인들이 돼지사육 과정에서 보다 쉽게 ICT를 접목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