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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충돌·화재·노상주차·무단방치… 전동킥보드로 몸살 앓는 거리

[아투탐사] 충돌·화재·노상주차·무단방치… 전동킥보드로 몸살 앓는 거리

기사승인 2020. 10. 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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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전동 킥보드 3부작]
이제 무면허로 탈 수 있는 전동 킥보드, 정말 괜찮을까?
[중] 거리의 무법자, 전동 킥보드의 부작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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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6만 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동 킥보드는 오는 2022년 20만 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데 따른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고, 배터리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전동 킥보드 노상주차와 무단방치로 인근 주민과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전동 킥보드는 그 증가세 만큼이나 가파르게 어느새 ‘거리의 무법자’가 돼 있다.

27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발생한 전동 킥보드 사고는 247건이다. 이 가운데 차와 충돌이 63건(25.5%), 사람과 충돌이 16건(6.5%)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화재사고도 42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중 발생한 경우가 40건(95%), 운행 중에 발생한 경우가 2건(5%)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4월말 기준 12건이 발생했다.

전동 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는 손쉬운 조작에 비해 안전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가속은 쉬운 반면, 제동이 어렵고 앞·뒤 바퀴 간격이 좁아 운행자가 탑승하면 무게 중심이 머리 가까이에 있게 된다. 이럴 경우 급제동하거나 앞바퀴가 돌부리에라도 걸리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얼굴부터 바닥에 떨어질 우려가 크다. 사고 발생시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차도와 인도, 자전거도로를 넘나들며 빠르게 주행하는 킥보드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음주운전과 도로 역주행 사건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이륜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헬멧 등 안전장비를 의무 착용해야 하고,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서는 주행할 수 없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 모(28)씨는 “인도에서 전동킥보드와 부딪힌 적이 있는데, 킥보드 탑승자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당기느라 반동으로 몸이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며 “당시 저는 단순한 타박상에 그쳤지만, 아무런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탑승자는 골절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가 아닌 일반 도로였다면 더 큰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면서 “그 사고 이후 전동 킥보드를 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킥보드 한대에 두 명이 올라타 위험하게 질주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킥보드는 원칙적으로 한 명만 탑승해야 한다. 둘이 킥보드를 즐겨 탄다는 박 모(21)씨는 혼자 탈때보다 브레이크가 둔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친구가 같이 타자고 해서 처음 타봤는데, 생각보다 브레이크가 안들어 길게 밀릴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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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가 도로와 인도에 무단방치되어 있다. /사진 = 아투탐사팀
전동 킥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도 불편함을 자주 겪고 있다. 옆을 스치듯 빠르게 지나가거나 골목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위협적으로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고, 사용후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세워 둬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거리경관도 제멋대로 훼손하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정해진 전압과 맞지 않는 충전기를 쓰거나 과충전할 경우 화재가 발생하게 되는데, 실제로 지난 2일에는 부산의 한 피아노 연습실에선 킥보드를 충전시켜놓고 피아노 연습을 하던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광주시 한 아파트에서는 현관문 근처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 킥보드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의 허술한 관리시스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처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사용하고자 하는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의 앱을 설치 후 면허증을 등록해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면허나 2종 보통 이상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면허증 등록 과정에 ‘건너뛰기’ 버튼이 있고, 또 부모가 면허증을 대신 등록해주면 미성년자도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6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오는 12월 10일부터 만 13세부터는 운전면허 없이도 누구나 킥보드 탑승이 가능해진다. 또 차도에서만 운행 가능했던 킥보드는 앞으로 자전거도로에서도 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성인도 제어하기 어려운 전동 킥보드를 어린 연령의 학생들이 타고 자전거도로와 차도를 오갈 경우 사고 발생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헬멧 등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생기지만, 범칙금 조항이 빠져 있어 제대로 지켜질 지 미지수다.

관련 보험 시스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보험사에서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킥보드 보험은 없다. 대부분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 같은 회사가 가입할 수 있는 기업형 상품으로만 판매한다. 카쉐어링 업체처럼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도 사용자들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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