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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형사소송으로 고의적, 반복적 기망죄 입증하라”

[아투탐사] “형사소송으로 고의적, 반복적 기망죄 입증하라”

기사승인 2020. 11. 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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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화물차 분양사기 논란 2부작]
(하) 합법과 불법 사이, 화물차 분양…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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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일감과 고수익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화물 기사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화물차를 분양해 폭리를 취하고, 기사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는 물류회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들을 불법으로 단죄하기는 쉽지 않다. 물류회사가 고의를 가지고 화물 기사를 기망했느냐에 대한 판단 여부가 매우 어렵고, 때문에 사기죄 여부를 따지기 위해 민사소송보다는 형사소송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문제의 핵심은, 물류회사들의 이런 행태들이 불법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2일 “사기죄인지 아닌지 먼저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형법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은 민사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약서 간의 노동법과는 아무련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제가 사기죄로 결론나려면 피해를 본 사람이 다수 존재하는지, 이런 행태가 패턴화돼 반복되고 있는지 우선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특히 “제일 중요한 부분은 물류회사가 이런 행위를 고의를 가지고 화물 기사를 기망했느냐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면서 “사실상 물류회사가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져 안정적인 일감을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변명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보면 업체와 화물차 기사가 억대의 화물차 분양 계약을 맺은 것은 일감 제공과 고수익 보장이라는 일종의 프리미엄을 주고받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계약서상의 내용을 진행하지 못할 때는 ‘고의성’ 여부를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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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기사가 방역 작업을 받고 있다. 본 사진은 이 기사와 관련 없음./연합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2일 “우선 형사상으로 다퉈서 사기죄를 입증할만한 문제로 보인다”면서 “역시나 고의로 화물차 기사들을 기망했느냐를 따져봐야 하는데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양식으로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면 물류회사는 불리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차 기사들도 그런 계약을 자의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책임도 있다”며 “이런 점을 물류회사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물류회사가 제도상의 허점을 교묘하게 피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은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리고, 개개인이 회사라는 조직을 상대하는 일도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형사소송으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피해자가 다수 존재하고 조직적 기망행위가 포착된다면 경찰도 보다 적극적인 수사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 로펌의 변호사 A씨는 “법률을 개선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물류회사들의 치밀한 로비활동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법과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서 이런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현 제도 안에서 엄하게 처벌만 해도 이런 일은 상당수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물류회사 상표를 내고 광고하는 방법은 워낙 쉽기 때문에 정상적인 물류회사를 골라내는 것만도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물류회사마다 물동량이 어떤지, 성실하게 일감을 제공하고 있는지 등에 일일이 관여하기 힘든 실정이다. 당장 관계부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상적인 은 물류회사를 분별할 수 있게 기준이라도 마련해주는 것인데, 이마저도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당장은 화물 기사들이 조심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매력적인 조건을 눈 앞에 내놓더라도 억대를 훌쩍 넘는 화물차 분양에 대해선 일단 신중히 생각하고, 정상적인 물류회사를 골라내려는 본인의 의지와 세심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물류회사마다 직접 물류 계약이 체결된 업체가 있는지, 그래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만약 일반적인 일감을 가져와서 관리실에서 무분별하게 기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곳이라면, 화물차 분양 폭리 업체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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