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대가 지급 등 객관적 심사 여건 마련 선행돼야
턴키(설계ㆍ시공일괄)입찰이 재벌급 건설사만을 위한 돈 잔치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가뜩이나 설계 심의를 둘러싼 부정ㆍ비리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소수 전문가로 구성된 ‘상설 설계심의기구’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형건설사들의 로비나 청탁이 좀 더 손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는 턴키입찰의 상설 설계심의기구 설치 내용을 담은 선진화 로드맵 중간 보고서를 마련, 막바지 수정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덕망 높은 교수들을 초빙해 설계심의 공정성과 관련된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제시된 방안이지만 재벌급 건설업체들의 로비경쟁과 가격담합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설계점수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고 있는 턴키입찰공사는 단 1점차이로 수백~수천억 원짜리 공사의 낙찰자가 결정되고 있어 높은 설계점수를 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턴키공사의 낙찰율이 최저가낙찰제를 실시했을 때보다 30~40%가량 높기 때문에 대형건설사로서는 전체규모의 5%의 로비자금을 사용하더라도 30%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모든 조직과 자금을 동원해 설계심의 교수들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심의위원의 전문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소수정예화하고, 이들이 모든 설계심의를 담당하도록 하는 상설심의기구를 마련한다 해도 이들에 대한 파격적인 예우와 기구 내 효율적인 관리체제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건설기술에 매진해야 할 심의위원과 업계 모두를 부패의 온상으로 유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턴키 설계심의 과정에서 고질적인 병폐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심의기구를 설치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며 “1년에 6조원 규모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턴키공사를 위해 기구 운영에 몇 십억을 쏟아 붓는 것도, 그들의 재산등록 등 내부 감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턴키 상설 심의전담기구는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몇 차례 건의돼 온 적이 있지만 장ㆍ단점이 공존하고 있어 실현되지 못했던 변화 중 하나”라며 “가뜩이나 말 많고 탈 많은 선진화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든다면 또 다시 찬반양론이 불거질 수 있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초대형 건설업체들은 턴키공사의 수주를 위해 설계심의위원들을 상시 관리할 수 있겠지만 중소업체의 경우 1년에 한두 번 정도 참여하는 턴키공사를 위해 심의위원들을 상시 관리할 수 있는 자금 능력과 조직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상설 심의기구가 들어선다면 중소업체는 턴키시장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김재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요한 핵심은 심의기구 설립이 아닌, 심의체제 자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심의위원들이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선진화위원회 한 관계자는 “당초 9월 예정이었던 위원회의 중간보고 과정이 좀 늦어졌지만 오는 15일 전후로 국토부 장관에게 중간보고를 갖고 이달 말까지 공청회를 통해 로드맵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로 공청회와 부처간 협의를 거쳐야 정부 차원의 최종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5월 선진화위원회가 구성되자 ‘을’의 입장에서 좀 더 창의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고 연구용역 단계에 기대감을 표시하며 5억원의 용역비를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중간보고안의 범주 안에서 최종 정부안이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