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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관계에서 주도적인 당의 역할을 강조했던 유승민·원유철 의원(4선·경기 평택갑·신임 정책위의장) 조는 2일 ‘범(汎)친박’ ‘신(新)박’으로 꼽히는 이주영 원내대표 후보(4선·경남 창원마산합표)와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쟁책위의장 후보(3선·경기 의정부을)를 넉넉한 표차이로 눌렀다. 이주영·홍문종 조가 내세웠던 청와대와의 원만한 소통을 통한 여권 결속은 변화와 혁신, 당·청 관계의 재정립을 내세운 ‘신주류’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부산 출신의 김 대표와 대구 출신의 유 원내대표, 수도권에서 도의원부터 시작해 4선 중진이 된 원 정책위의장 체제로 2016년 총선을 준비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정윤회 동향보고’ 문건 파문의 배후로 나란히 지목된 ‘K(김무성)’와 ‘Y(유승민)’가 당을 이끌게 됐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도 “대통령도, 청와대 식구들도, 장관님들도 이제는 더 민심과 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줘서 우리 함께 손잡고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며 당의 주도적인 목소리를 강조했다.
애초 이번 경선에선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치러진 경선에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등 국무위원들도 투표에 참여해 ‘박심’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윤두현 홍보수석을 통해 “어제 정책조정협의회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원내지도부가 선출되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하겠다”는 간접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결과는 비주류·‘비박’의 압승이었다.
이에 따라 이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20%대로 곤두박질 치고 40%대 초반인 새누리당의 지지율과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주류와 ‘비박’ 지도부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비박’ 지도부가 청와대와의 협력보다 비판 목소리만 낼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최근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새누리당이 반대 입장을 밝히며 백지화 또는 수정된 데 대해 “여당이 여론과 표만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당내 주류를 차지했던 ‘친박’들도 ‘신주류’에 밀려 당분간 힘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청와대와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하겠다”고 한 유 원내대표가 당·청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