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를 두고 늦장 부리고 있는 데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가 전한 말입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자가 상환기간 전에 대출금 전액을 은행에 모두 갚을 경우 내는 일종의 ‘벌금’입니다. 은행은 고객이 넣은 예금을 대출금으로 운용합니다. 대출자에게 받은 이자를 예금 이자로 충당하는데, 대출자가 정해진 상환일보다 빨리 갚으면 은행은 대출 이자는 못 받으면서 예금 이자는 줘야하는 손해가 발생하죠. 이런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들은 고금리 시절인 12년전 중도상환수수료로 1.5%를 책정했고, 이 금리 수준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7개 시중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로 거둔 수입은 2825억원으로, 이 규모는 지난 5년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도상환수수료의 전체 수입 중 67%(1896억원)가 가계부채에 집중돼 있습니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라 지난해 금융당국은 ‘중도상환 수수료 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시중은행들은 서로 눈치싸움만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더 이상 순익이 나올 곳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까지 압박하니 불만일 수밖에요.
그러다 지난달 기업은행이 은행권 중 최초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대출종류에 따라(가계·기업) 기존 1.5%에서 0.3%포인트~1.0%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라는 명칭도 ‘중도상환해약금’으로 변경해 고객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아직 시스템 구축이 되지 않았다” “기존 고객에 대해 변경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기존 대출자의 수수료율을 변경시키는 기술적인 작업보다 ‘의사결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기존의 중도상환수수료 이익을 줄이면 앞으로 기회 비용으로 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입니다. 이에 은행들은 ‘은행의 수익이냐 고객 입장이냐’의 기로에 서서 ‘하루라도 더 늦게’도입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입니다.
은행권의 ‘하루만 더’속셈은 자동이체 서비스를 두고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은행들은 고객이 신청한 자동이체 예약 날짜 하루 전에 출금하면서 ‘하루치 이자’를 챙겼습니다. 27일이 자동이체 신청일이면 매달 26일 출금해 은행의 별도 계좌에 넣어둔 뒤, 다음날 수취인 계좌로 넣었던 것입니다. 하루 동안 은행들이 챙긴 이자는 매년 10억원 규모입니다. 1994년 도입된 ‘전날 이체’는 21년만인 지난달 ‘당일 이체’로 개선됐습니다.
기술 발달보다 더 느린 은행권들의 ‘의사결정’시간.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