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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레버리징의 역설은 빚을 줄이지도 늘리지도 못하는 현상으로 어떤 방향으로 채무 조정을 이뤄야할 지 정부도 개인도 알 수 없게 된 상황을 말한다.
1000조원이 훨씬 넘은 국내 가계부채를 감축하려는 노력이 도리어 경기회복을 방해하고 있는 반면 지속적으로 국내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부채감축 노력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부채 줄이려 돈 안쓰고 돈 안 써 다시 경기 침체…부채 감축의 악순환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통계청이 2003년 평균소비성향을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액을 말하며 평균 소비성향이 72.9%라는 것은 100만원의 가처분소득 중 72만9000원만을 쓴다는 의미다.
소비를 줄였다고 저축을 늘린 것은 아니다.
국내 가계저축률은 2012년 3.4%, 2013년 4.5%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저축과 소비를 줄이며 긴축을 택하는 이유는 가계부채의 부담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주택담보대출로 2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최 모(38·서울 동작동)씨는 매월 원금과 이자를 포함, 240만원 가량을 갚고 있다.
배우자와 함께 부부모두 대기업 종사자이지만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최 씨는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공동 조사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71.8%는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이들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런 가구 중 저축과 투자,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한 가구의 비중은 79.5%다.
표본조사지만 전체 부채보유 가구 중 57.08%는 소비나 저축 또는 투자 등 어떤 식으로든 지출을 줄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가 줄어들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이는 소득 감소로 이어져 또 다시 가계는 금융기관에 손을 벌리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이 오히려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다소 빠르고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 부담 문제가 있으므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계 소득 개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한 부채 축소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가계부채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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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가계부채를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더욱 늘어나도록 할 수도 없다. 국내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가계부채를 그대로 둘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는 곪아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땜질식 정책으로 국민들의 혼란을 키우며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 잠시 통증을 잊는 ‘몰핀 주사’를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은의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1년 동안 67조5000억 원이 늘어나며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부동산 규제완화 등 일련의 조치를 한 점과 금융사들이 리스크가 큰 기업금융보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여신에 집중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부채를 끌어다 집을 사거나 투자, 소비 등 지출을 하게 될 경우 일시적으로 경기는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출자들의 소비여력을 더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을 한 민간연구소의 전문가는 “몰핀 주사에 빠진 딜레마”라고 요약했다.
아픔을 잊기 위해 몸에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하는 상황이 국내 경제와 닮아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부채규모를 급격히 줄이지도 그렇다고 늘리기도 쉽지 않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 경우 은행과 대출자들의 부실이 우려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불명확한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가계부채의) 구조개혁인지 경기부양인지 2가지 중 패러다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도저도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금 가계부채 구조개혁을 하기위해서는 경기를 조금 더 포기하고 아프더라도 고통을 인내하고 가야한다. (반면) 경기부양을 하려면 구조개혁은 물타기가 된다”며 “두 가지를 다 잘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명확한 방향성 제시를 주문했다.
경기회복과 가계부채 감축은 동시에 달성키 어려운 문제인 만큼 정부의 정책을 분명히 해 가계와 기업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은이 경기회복을 위해 1%대 기준금리를 전격 실행했지만 향후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렸을 경우 가계부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한국은행이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곤혹스런 한은의 입장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