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이 호랑이 입만 쳐다 보며 불안에 떨고 있는 모양새다. 호랑이가 춤을 추라 하면 춤을 추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호구(虎口)’가 됐다.
부패척결이란 관점에서 정부의 이번 행보에 박수를 쳐야겠지만 상황이 왠지 모르게 찝찝하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민영화된 지 15년이 된 포스코가 첫 타깃이 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됐던 자원외교에 대해 ‘부패 척결’을 강조한 직후 이뤄진 포스코건설의 압수수색은 누가 봐도 잘 짜인 시나리오였다. 포스코 회장직을 정부가 낙점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가장 만만한 상대였을 것이라는 재계의 평가를 증명하듯이 말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단순히 과거 포스코 문제를 치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이 진행하는 사업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포스코의 사업이 여전히 포함돼 있고, 조직 비리를 파헤치다 보면 임직원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해외투자자가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 기업의 경영시스템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창조경제를 이끌어 줄 것을 당부하며 경제살리기의 최전방을 맡겼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투자를 늘리고 산업간 융합을 위한 창조경제와 동반성장을 위해 아낌 없이 앞장섰다. 한편으로는 불안한 시장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 쌓아 놓은 잉여금에 대해 질타를 받는 것도 감수했다.
대기업들은 지금도 정부와 함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민간차원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우는 등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의 경제활성화 행보에 발을 맞춰 왔다.
기업 입장에 현재의 상황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잘못된 부분을 올바르게 잡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히 그렇게 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정정국은 그 시발점이 잘못됐다는 질타를 피하기 힘들 듯 하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어보이는 기업에 대해 산발적으로 사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정부의 모습에서 정당성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