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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성지연 애니메이터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가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아이스 에이지’, ‘리오’의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가 오는 12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를 내놓는다. 이 작품은 전 세계인이 사랑한 만화 시리즈 ‘피너츠’(원작자 찰스 M.슐츠) 탄생 6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3D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최고의 강아지 스누피가 주인인 찰리 브라운을 위해 ‘최고의 남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에는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성지연 라이팅 수퍼바이저(Lighting Supervisor)가 참여했다.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성지연 애니메이터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누피 디자인, “심플하기 때문에 완벽해야 했다”
스누피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미학적인 측면이었다. 원작에 담긴 따뜻하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었다. 오리지널리티를 고수하면서도 현대인들의 감성에 와 닿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조명적인 부분에서 또한 2D에서 3D로 구현하기 위해 색감을 조정해 실제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성지연 애니메이터는 “스누피는 대중이 다 알고 있는 캐릭터라 디자인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원작자는 스누피를 50년 동안 그렸다. 손으로 직접 그리다보니 연도에 따라 스누피의 얼굴 곡선·모양·크기 등이 달라진다. 이런 것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연구해 한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영화에서 캐릭터가 12명이 나오는데 다 디자인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명에 대해서는 “실사 영화에서 배우가 나오면 조명을 세팅해 감정을 표현하듯,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드라마틱한 조명을 사용할수록 내용이 부각된다.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이란 걸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실사 영화에서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리오’나 ‘에픽: 숲속의 전설’ 같은 작품은 디자인과 구성이 복잡하기 때문에 실수를 해도 숨겨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스누피는 심플해서 완벽해야만 했다. 조명 테스트만 6개월에 걸렸다. 캐릭터가 하얀색·노란색으로 이뤄져있어 더 힘들었다. 하얀 스누피가 어두운 조명에 있을 땐 회색이 되는데, 회색은 조금만 어두워도 더럽고 지저분해 보인다. 반대로 흐리면 명암이 없어 보인다. 또 하얀색·하늘색·빨간색 등 다른 영화에 비해 채도가 높은 색이 많아 색감을 조절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 자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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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니메이터 극찬과 동시에 “한국문화 들어간 작품 하고파”
성지연 애니메이터는 1995년 서울 예술고등학교를 졸업, 1999년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미술대학 컴퓨터 아트 BFA를 전공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로봇’, ‘아이스 에이스’, ‘호튼’, ‘리오’, ‘에픽: 숲속의 전설’ 등의 라이팅을 담당했다.
성지연 애니메이터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으로 “한국적인 문화가 들어간 작품을 하고 싶다. ‘리오’ 감독이 애니메이터로 시작했는데 자기 홈타운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브라질 출신이다”며 “서울이 나온 영화를 제작하면 얼마나 뿌듯할까 싶다. 그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애니메이터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그는 “우경민 감독의 단편 ‘자니 익스프레스’를 보고 놀랐다. 애니메이션은 제작비용이 크고 제작 단계도 길기 때문에 자동으로 블록버스터급이 된다. 그래서 작품에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그러면서도 오리지널한 내용이 첨부돼야하는데, ‘자니 익스프레스’에는 대사가 없다. 언어가 없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보편화됐다. 그러면서도 개성이 뚜렷하게 있다. 한국분이 혼자 만들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그는 또한 “한국 스태프가 (회사에) 점점 많아진다. 내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나를 포함해 2명이었는데 지금은 10명이 있다. 우리 부서에만 6명이 일한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입사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라이팅 파트에 한국인이 많은 이유는 섬세하기 때문이다. 조명은 마지막 작업이다 보니 고치는 일이 정말 많다. 한국인이 워낙 일을 잘하고 섬세하니까 조명 쪽에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지연 애니메이터와 함께 내한한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의 스티브 마티노 감독은 “성지연은 라이팅을 총괄하는 애니메이터로서 뛰어난 재능과 리더십을 가졌다. 그는 압박·부담이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더 차분해져서 다른 누군가가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 보는 장점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그를 칭찬하기도 했다.
한편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의 원작 만화 ‘피너츠’는 찰스 M.슐츠에 의해 탄생된 만화다. 전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돼 75개국 2600여 개의 신문에 연재 되며 3억 5500만 명의 독자들에게 읽혔다. 영화는 오는 12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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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성지연 애니메이터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