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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말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과거 경제성장기에 세웠던 물가안정 목표를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현실을 반영해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은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1순위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한은 직원들이 본관에 들어설 때마다 접하는 문구도 ‘物價安定’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의 잠재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고 경기회복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이 펼치는 통화정책의 근간은 물가안정목표제다. 물가가 사전에 정해놓은 목표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을 주된 목표로 내세우는 정부(기획재정부)와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 금리 조정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2년말 설정돼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는 2.5~3.5%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이 목표치가 시행된 2013년 1월 이후부터 올해 9월말까지 33개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단 한 번도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저 목표치인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저물가 지속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도 빼놓을 수 없는 저물가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은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정책신용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지속적으로 하회한 것은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충분치 못한데다 저유가 등 공급측면의 충격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2012년말 현재의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한은의 경제상황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직전년도인 2011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4.0%)에 못미치는 3.7%를 기록했음에도 2010년 성장률이 6.5%였던 점을 감안해 일시적인 경기후퇴인 것으로 잘못 판단했고, 이를 근거로 현재의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한은 역시 보고서를 통해 “2012년말 당시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적정물가 수준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물가예측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일단 한은은 2016~2018년 적용될 새로운 물가안정목표를 올해 안에 설정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 수치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저물가 기조를 반영해 지금보다 0.5%포인트 낮은 2~3%의 목표치가 설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공청회에서 “2013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를 계속 밑돈 점을 감안해 내년부터 적용되는 물가안정목표치를 낮추고, 그 목표에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이 더 이상 물가안정이란 화두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저물가와 함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안정 중심의 통화정책은 과거의 패러다임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즉 저성장 국면 극복 위해서는 현재 0%대까지 떨어진 물가상승률이 일정 수준 오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함정호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은 등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은의 물가안정 중심의 통화정책은 장기적 경제성장 기반 구축 등에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저물가 상황에서 물가안정에만 집착하다보면 과다한 신용확대 가능성 때문에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