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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불모지나 다름 없는 한국 산업계가 부지불식간에 ‘인공지능 강국’이 꿈이 아니라고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으로부터 총 2조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6개 기업이 연구소 설립에 내놓은 금액은 회사당 30억원 수준에 그친다. 민간기업과의 협력이 급조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투자와 사업은 기업들이 벌이지만 정부가 먼저 나서 끌고 가는 셈이다. 규제 하나면 기업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비리수사 하나면 순식간에 부정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정부 눈치 보느라 기업들이 너무 끌려다니고 서두르는 것도 문제다.
조선·철강업 등 전통적인 효자업종이 역성장을 시작하면서 기존 산업으론 해법이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신사업 발굴을 외쳤을 땐 기업들 사이에선 너나 할 것 없이 ‘新’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
국내 유력 에너지기업은 에너지신사업에 집중한다며 근사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에너지신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실체를 확인 할 수 없었다. 에너지사업과 ICT를 융합한다는 계획이라고 했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창조경제’처럼 두루뭉술한 끼워맞추기식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많은 기업들이 정부와 지자체에 친환경·신재생 등 신사업군으로 분류되는 사업 MOU를 체결하고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등 청사진을 그려냈다. 하지만 추진전략은 구체화 하지 않은 채 발표부터 서두르는 경우가 잦은 게 사실이다.
일본 재계를 대변하는 게이단렌 회장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 회장은 과거 “한국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 창출에 너무 집착하고 설비투자 등 중요한 경영판단도 일본 기업 시각에서 보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빨리 내린다”고 양국 기업문화 차이를 비교한 바 있다.
정부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여기에 맞춘 기업들의 투자 발표는 스피드 경영이 요구되는 시대에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기업 이익에는 장해가 될 수 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협력한다는 측면에서 시너지는 무시할 수 없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와 글로벌 트랜드를 예측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추진되는 사업은 빠르게 식기 마련이다.
신사업 주도는 민간기업들이 하는 게 맞다.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영역인 만큼 결국은 대기업들이 미래를 걸고 과감한 투자전략을 펼쳐야 승산이 있다. 정부가 힘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영역이다.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금융 등 각종 지원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