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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장기 저유가 시대, ‘중후장대’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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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6. 0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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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601010000429
현대삼호중공업이 진수한 세계 최대급 반잠수식 시추선.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을 담당하면서 요즘처럼 업종별 회사 분위기가 다른 건 처음입니다. 2년 전 유가 급락에 똑같이 힘들어 했던 정유·화학과 철강·중공업 종사자들의 얼굴 표정이 최근 극명히 갈리는 건 왜일까요?

바닥을 쳤다던 국제유가가 해를 넘기고도 반등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석유시대 이후를 준비하겠다며 상장 계획을 밝혔습니다. 시장에선 사우디가 유가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란의 석유장관은 연일 증산을 외치고 있습니다. 점유율을 뺏기고 가만히 있을 그들이 아니니 감산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쯤되면 반등설보단 장기 저유가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2년 새 표정이 밝아진 건 유화업계 직원들입니다. 당초 유가 급락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보고 IMF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까지 받았던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4년엔 사놓은 원료에 대한 가치가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액이 장부에 반영돼 대규모 적자를 면하지 못했지만 유가 급등락만 아니라면 저유가 시대가 반갑다는 게 유화업계의 입장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캐는 자원탐사·개발(E&P) 위주의 회사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위 유가를 둘러싼 치킨게임은 정제된 석유제품이 아닌 원유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원유 소비자라 할 수 있는 정유사 입장에서 보면 원료가격은 저렴하게 유지되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데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의 공급량과 수요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진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석유화학도 원리는 같습니다. 원유를 분해해 만드는 기초원료 납사 등의 가격이 저렴하게 유지되고 있어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장기 저유가 시대 전망에 표정이 더 어두워진 건 조선업계 직원들입니다. 유화업계와는 반대로 원유를 캐는 메이저오일회사가 조선업계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멈췄고 저유가로 손실이 불어나자 기발주한 계약건도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도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부진하자 후판사업 등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것이란 데 있습니다. 유화업계는 최근 늘어난 수익을 바탕으로 저유가 다음 시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유가흐름에 부침이 적고 기술집약적인 신사업군에 투자를 늘리거나 대규모 M&A로 규모를 키우는 식입니다. 반대로 중공업·철강업계는 끊임 없는 구조조정으로 몸집 줄이기가 한창입니다. 직원들의 고달픈 하소연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이유입니다.

이제 사업재편을 도울 원샷법 시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총선이 끝나면서 정치권과 정부도 산업계 구조조정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는 산업계의 몫이지만 정·재계가 합심해 도와야 합니다. 출입기자로서 중후장대 종사자들이 모두 함께 웃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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