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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선비는 2105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선비 정신이라는 낯선 소재의 한국 현대 오페라가 미국 무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공연은 공연장의 특성상 무대 세트 없이 콘서트오페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다채로운 빛깔의 화려한 의상과 우리나라 풍경을 담은 적절한 배경 영상으로 단조로움을 피하고 드라마 흐름을 이어나가도록 만든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클래식한 공연장 벽면에 은은하게 투사된 영상은 인상적이었다. 한국어, 영어가 동시에 표기된 자막은 언어와 내용이 쉽지 않았을 관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연출자 윤태식은 콘서트오페라라는 쉽지 않은 여건에서, 간결한 동선과 효과적인 동작으로 출연자들의 호흡이 제대로 이뤄지게 만들며 드라마의 묘미를 살렸다.
한국 공연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번 ‘선비’의 출연진과 제작진은 대부분 뉴욕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새롭게 주목 받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과거의 이야기에다 상당히 고루하다 느껴질 수 있는 선비정신을 담은 오페라를 노래하는 젊은 성악가들은 이질감 대신 작품에 신선함과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여기에 한국에서 날아온 소프라노 김지현, 메조소프라노 김학남 등 풍부한 경험의 중량급 성악가들이 함께 하면서 오페라에 안정감과 무게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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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홀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은 클래식콘서트 전문 공연장이기 때문에 오페라 공연을 위한 음향시설이 되지 않아 초반 성악가들의 음성이 객석에 전달되기가 쉽지 않았다. 조윤상은 그런 부분을 파악해 오케스트라의 볼륨을 조절하면서 성악가들의 음성과 균형을 이뤄나갔고 적절한 음악적 효과를 제시해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선비’는 합창이 나오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합창단의 역할이 어느 작품보다 중요하다. 특히 어린이합창단이 노래하는 ‘소백산, 높은 산, 사또는 좋겠네’는 이 작품을 상징하는 곡의 하나이기도 하다. 뉴욕 현지 합창단이 이런 다양한 합창을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에 관심을 뒀는데 윤택한 음성과 능숙한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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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주제와 등장인물이 선비들이다 보니, 이 오페라에는 남성 성악가들의 출연이 꽤 많은 편이다. 이번 오페라에서는 선비 덕인을 노래한 테너 김유중을 비롯해 주세붕 역의 바리톤 임성규, 악역 김재수를 노래한 바리톤 조형식 등 남성 출연진 전원이 출중하고 고른 기량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으며 우리나라 성악가의 높은 수준을 확인시켜 줬다. 특히 임성규와 조형식, 두 바리톤의 중후하고 감동적인 가창은 객석을 숙연하게 하며 ‘선비’가 가진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
이번 조선오페라단의 ‘선비’는 한국의 창작오페라가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페라의 형식이나 음향적인 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외적으로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우리 성악가들의 빼어남을 다시 한 번 알린 계기가 됐고, 내부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하는 젊은 우리 음악 인재들을 발굴한 좋은 기회였다. 대한민국 오페라 70년 역사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자 소중한 결과물이다.
/뉴욕=손수연 오페라 평론가(yonu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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