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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부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살릴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구분하겠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실기업에 대한 원칙없는 지원은 결국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에 앞서 올 상반기까지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구조조정의 목적은 한계기업을 엄정하게 평가해 옥석을 가리는 것”이라는 발언을 수 없이 반복했었습니다. 우리나라 양대 국적선사 중 한 곳인 한진해운에 대한 전격적인 법정관리 결정도 이 같은 정부의 확고한 구조조정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진해운보다 더 상태가 심각한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처방전을 내놓았습니다. 산업은행 등을 통해 4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이후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는 등 부실경영 상황이 여전한데다 10억원을 들여 의뢰한 외국계 컨설팅회사(맥킨지) 보고서에서조차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음에도 결국 호흡기를 떼지 않고 연명치료를 계속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스스로 밝힌 원칙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업체가 밀집돼 있는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지역은 현 정권을 탄생시킨 지역적 기반입니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현 정권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10%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역 민심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대우조선 퇴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한 교수는 “정부가 실업위기에 몰린 협력업체 직원 등 4만여명에 대한 인력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만큼 대우조선을 계속 끌고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대우조선만 하더라도 협력업체 직원 수가 4만명 수준이고 이들과 거래하는 하도급 업체까지 포함한 관련 조선업 종사자 수는 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이 퇴출될 경우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발생했던 대규모 물류대란 때보다 더 큰 후폭풍인 대량 실업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 스스로 강조해온 구조조정 원칙을 저버린 만큼 이에 따른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결국 퇴출돼야 마땅할 한계기업을 최순실 사태로 악화된 여론을 이유로 연명시켜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못해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누차 강조했던 국민 혈세의 무거움을 생각한다면 합리적이고 원칙에 부합하는 결정이 무엇인지 더더욱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