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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올 연말과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OE)들로 인해 ‘인사태풍’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정권 말기에 단행하는 만큼 보은성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습니다.
12월중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행장 자리에는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거론됐습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그동안 CEO자리에 내부 출신이 2명밖에 없을 정도로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에 친박계 인사가 기업은행장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요.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장 자리도 낙하산 인사설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아직 정부의 지분이 51% 남아있고, 민영화가 된다고해도 정부가 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정부는 우리은행에 보은성 인사를 내려보내며 집주인 노릇을 해왔지만, 우리은행으로선 이를 거절할 수도 없었지요.
현재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자리를 겸직하고 있는 윤종규 회장이 조만간 은행장 자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CEO 자리에 모두 낙하산을 내려보내지 못하면 국민은행에라도 자리를 만들어 내려보내겠다는 우려는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정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국회는 물론 여론과 국민들까지 현 정권을 두고 ‘꼭두각시’라며 크게 비난했고, 결국 국정 공백 사태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전날 이뤄진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장관 등의 인사 교체에 대해서도 ‘불통 개각’이라는 후폭풍이 불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임 인선도 임명하지 않고 여야 합의 없이 갑작스레 단행한 인사였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금융권에서는 정치권 인사는 내려오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힘을 잃은 정부와 불통이라는 오명으로 인해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외부 인사를 받아들여야 했던 금융권은 현재 CEO의 연임 또는 내부 인사 승진 기대감이 부풀고 있습니다.
매년 인사철이 되면 보은·특혜성 인사로 메워졌던 금융권 CEO 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지 기대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