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는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제도·재정적 역량이 최근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경제에 회복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고, 피치도 바로 다음날인 14일 “최순실 사태 등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슬기로운)대처가 오랜 정경유착 관행을 약화시켜 정책적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두 보고서가 이 같은 긍정적 평가에 대한 근거로 한국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기조 유지와 내년도 예산안의 무난한 (법정기한 내)국회 통과를 꼽았다는 점이다. 특히 무디스는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의 재정활용 여력이 크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간 우리 정부는 경기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전체 예산의 60% 가량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는 이른바 재정조기집행 기조를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는 세출예산의 68%를 상반기 중에 집행키로 배정한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차단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연초 대응이 중요한 만큼 내년 예산이 연초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연말에 선집행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기조 유지 배경에는 외국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2%의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우리 정부와 외평사들이 외면하거나 미처 체크하지 못한 ‘숨은 부채’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공식적인 통계(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채무) 기준으론 38% 내외지만, 정부가 지급보증 의무를 갖고 있고 언제든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우발채무인 공공기관 및 공기업 부채를 감안하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이미 위험수준인 10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물론 그간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도 민간투자를 견인하며 성장률 제고에 적지않은 기여를 한 재정의 역할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부 주장대로 아직 재정여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외평사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래도 빚은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 재정조기집행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하지 않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